'아바타' 이후 전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언제나 3D 영화였다. '아바타'가 개봉한 2009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바타'가 몰고 온 3D 영화 열풍은 기존의 관람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영화는 2D 영화와 3D 영화로 구분하게 되었다. 할리우드는 '아바타'의 성공 이후 끊임없이 3D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거의 10여 년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낸 신기술의 신기원을 빠르게 흡수해 전 세계 영화 시장의 지배를 확고하게 하려고 누구보다 노력한다.
2013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면 대부분의 영화가 3D 영화와 2D 영화의 공동 포맷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4D 영화도 만들고 있지만 그 숫자는 극히 제한적이고, 많은 영화가 2D와 3D를 동시에 구사한다. '아이언맨3' '지 아이 조2' '스카이포스' '월드 워 Z' '맨 오브 스틸' 등 대부분의 영화가 두 포맷을 동시에 사용한다. 이 때문에 이제 3D 영화를 보는 것이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게 되었다.
◆2D로 만들어진 영화 3D로 컨버팅=특이하게도 올해에는 3D 영화로 기획된 영화만이 아니라 2D로 만들어진 영화를 3D로 컨버팅을 해서 개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개봉한 '라이온 킹' '니모를 찾아서' '미녀와 야수' '타이타닉' 등과 함께 곧 개봉할 '쥬라기 공원' '2012'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더 많은 영화들이 2D에서 3D로 컨버팅하고 있는데, 역시 최대 기대작은 '터미네이터2'이다.
이렇게 보면 할리우드 영화는 3D 영화로 대세가 기운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할리우드는 그 어떤 나라도 감히 뒤따라올 수 없는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전한 독점을 이룩하기 위해 메이저 영화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은 할리우드를 견제할 세력이 아니라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 가운데 어느 회사가 앞서 나갈지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 영화계에서 3D 영화 흐름은 잠시 주춤하고 있다. 2011년 윤제균 감독이 야심 차게 제작하고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7광구'가 흥행과 비평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본 후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김지훈 감독조차 차기작 '타워'를, 그 실감 나는 마천루의 화재 장면조차 2D로 촬영할 정도로 3D 영화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아마 한국영화계에서 3D 영화에 대한 기호는 조만간 개봉할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에서 갈라질 것 같다.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당분간 3D 영화를 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우리도 제대로 된 3D 영화 붐이 일어날 것 같다.
◆3D 영화의 성공 과연 영화의 진보일까=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3D 영화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테크놀로지의 측면에서 보면, 영화의 발전은 철저하리만큼 리얼리즘의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흑백 영화에서 컬러 영화로, 정사각형의 스크린에서 시네마스크린으로 발전해 인간의 눈이 체감하는 효과를 스크린에서 온전히 살려내려 노력했다. 디지털 기술이 영화에 도입되면서 상상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판타지는 곧 스크린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기술력은 평면적 화면에서 입체적 화면으로 발전해 영화적 리얼리즘의 정점이자 종점을 찍으려 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영화적 진보일까?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영화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TV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국 메이저 영화사가 개발한, 가로로 넓은 화면인 시네마스코프는 인간의 눈이 가로로 놓여 있는 원리를 스크린에서 재현한 것이며, 인간이 관람할 수 있는 최고의 스크린이라고 극찬받았지만, 지금 개봉하는 영화 가운데 2.35대 1 비율의 시네마스코프를 구사하는 영화는 거의 없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옆으로 길게 펼쳐진 화면을 보면 중앙과 동떨어진 넓은 양쪽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적 진보도 일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3D 영화 기술 진보는 맞지만 영화 진보는 아냐=그렇다면 3D 영화가 영화적 진보가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명제가 성립하려면 먼저 '영화=스펙터클을 내세운 오락물'이라는 공식이 성립해야 한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만들고 있는 3D 영화는 모두 스펙터클을 내세운 오락물이다. 우리는 단지 그런 효과를 맛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가? 이런 영화가 세상의 모든 스크린을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세상의 모든 영화가 3D 영화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7번 방의 선물'이라는, 지극히 스펙터클과는 먼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3D 영화는 기술의 진보를 반영한 것은 확실하지만 영화적 진보를 반영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삶을 담은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기를 갈망하는데, 3D 영화는 오히려 여기에 역행한다. 어쩌면 후세에 역사가들은 2010년대의 영화계는 3D 영화라는 이상한 영화가 유행한 이상한 시기라고 적을지도 모른다. 마치 1950년대 세계영화사에서 3D 영화가 반짝 흥행했다가 사라진 것처럼. 물론 짧은 내 생각이다.
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rosebud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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