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은 평생 도장을 얼마나 많이 찍을까?"
법관은 의외로 도장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인 중 하나다. 판결문 작성 후 마지막에 반드시 자신의 이름 옆에 도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문서에 공인하는 확인 절차이기도 하지만 개개의 법관에겐 마지막까지 진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는 등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 법관들은 도장을 찍으면서 다시 한 번 판결문을 살펴보며 완전한 판결문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판결문뿐 아니라 공판 또는 변론기일 등 기본 조서, 증거 조사에 관한 조서 등 각종 조서에도 마지막에 도장을 찍고, 정정이나 간인을 할 때도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처럼 자주 도장을 사용하다 보니 웬만하면 대부분 수만 번 정도 도장을 찍게 된다. 대충 계산해도 하루에 평균 10번은 도장을 찍기 때문에 1년이면 3천 번, 10년이면 3만 번 정도 된다. 대부분 최소 10년 정도는 법관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도장을 기본 수만 번을 찍는 셈이다.
법관 생활 중간에 도장을 바꾸는 법관도 있지만 대체로 법관 생활을 시작할 때 만든 도장을 끝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법관의 연륜과 경륜이 쌓일수록 도장도 낡아간다. 때문에 20, 30년 정도 근무한 법관의 도장은 테두리가 거의 닳아 도장을 찍어도 테두리가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진)
'각종 조서에 날인할 인장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도장은 지름 13㎜ 이상, 17㎜ 이하의 원형', '한글 또는 한문으로 해서체(인쇄활자체)로 성과 이름을 조각한다'는 등의 크기 및 글씨체 규정 정도밖에 없다. 이 규정은 지난 1979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도장 재질에 대한 규정은 없어 법관들은 주로 법관 생활을 시작하면서 옥이나 상아, 벼락 맞은 대추나무 등으로 예규에 맞는 도장을 만들어 평생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자소송 시대로 접어들면서 법관 도장도 점점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전자소송의 경우 인장을 한 번 등록하면 그 후로는 입력된 인장이 전자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원호신 대구고등법원 기획법관은 "법관이 도장을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지 아는 일반인은 크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판결문은 서명과 날인을 다 해야 하고, 결정문도 날인을 하도록 돼 있다. 도장만 찍게 돼 있는 규정은 있어도 서명만으로 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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