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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송재학·김사람 시인…'사유의 미학' 함께 읊조리죠

지역의 문학세계에서 세대 간의 장벽을 뚫고 멘토와 멘티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송재학(오른쪽) 시인과 김사람 시인이 송 시인의 작업실인
지역의 문학세계에서 세대 간의 장벽을 뚫고 멘토와 멘티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송재학(오른쪽) 시인과 김사람 시인이 송 시인의 작업실인 '내간체'에서 만나 서로의 시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송재학 시인=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꿈꾸었고, 197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1986년 계간지
▶송재학 시인=195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82년 경북대학교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꿈꾸었고, 197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1986년 계간지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한시와 향가 그리고 실크로드에 대한 과도한 편애가 있다. 1994년 김달진문학상, 2009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2010년 소월시문학상, 2011년 상화시인상, 2012년 이상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사람 시인=1976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김사람 시인=1976년 경북 의성 출생으로 대구교육대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했다. '시와 반시' 기획위원이다.

'멘토와 멘티'의 만남. 불교의 연기설에 비추어보면, 전생의 인연 또는 억겁의 연이 합해져 영혼의 교감을 주고받는 현생의 인연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샛별과 멘토'를 찾기 난감한 지역의 문학세계에서 주변의 많은 추천을 받아 그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가고 있는 송재학-김사람 시인을 만났다. 송재학 시인의 개인적인 서고 겸 사무실에서 둘의 소중한 인연과 서로의 문학세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짝 들여다봤다.

#. 둘의 운명적 첫 만남

2010년 겨울이다. 송재학 시인이 '소월시문학상'을 타고, 김재근 시인이 '창작과 비평' 신인상을 타게 된 겹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둘은 처음 만났다. 시인들의 경우 상당수 문예지 지면이나 시집으로 먼저 그 사람에 대해 느낀다. 그래서 만나기 전 호기심과 기대감이 크다.

김사람 시인은 "종종 시에서의 정서와 느낌이 사람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송재학 선생님의 경우는 달랐다"고 말했다. 멘토와 멘티로서 강한 인연이 있었던 때문일까? 그때 마침, 김사람 시인은 송재학 시인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 특히 더 좋았던 것은 송 시인이 대구의 젊은 후배 시인들에게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 김 시인은 "시를 쓰는 데에 고됨과 아픔, 외로움을 몸소 느껴온 선배 시인으로서 후배들을 챙기려고 많은 노력과 애를 쓰신다. 늘 고맙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멘토 송재학의 멘티를 향한 메시지

송재학 시인은 감각과 감성을 수반하는 '사유의 미학'을 추구하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시는 양감이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를 통해 삶의 본질을 파고든다. 가장 큰 특징은 '나'와 '세상'에 관해 동시에 발언하는 다채로운 이미지들에 있으며, 사물(대상)과 내면(주체)을 잇는 이미지들의 무수한 통로를 생성해내고 있다는 것.

지역에서 나름의 독특한 시 세계로 평가받고 있는 송 시인은 김사람 시인에 대해 "그가 내 문학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는다면 시에 대한 엄결성과 언어에 대한 정치한 감각, 미학에 대한 고전적 입장 등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시인은 김 시인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세대 간의 간극을 메운다. "내가 오히려 그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망이 더 많을 겁니다. 질문의 숫자를 헤아린다 해도 내 숫자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아진다는 것이지요."

그는 자신을 잘 따르는 멘티 김 시인에게 "보통 시인에게 등단 무렵과 첫 시집 사이가 가장 행복하다는 후일담이 있다"며 "김사람 시인 역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시간 속에 있습니다만, 지금 이때가 좋으려면 50대와 60대에 이르러서도 계속 작업 중이어야 지금이 행복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송 시인은 "김사람 시인은 대구의 시인들 중에서 가장 젊은 세대로 점차 젊은 사람이 귀해지는 지방도시의 사양산업인 시문학이기에, 여기 매진하는 그 세대의 시인들에게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김사람 시인이 바라본 송재학 시인

김사람 시인은 고교시절부터 막연하게 시와 시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시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건 30세 때부터다. 밤낮 시만 생각했고, 시만 썼다. 그러다가 33세에 등단했다. 김 시인의 시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저항과 무력감에서 비롯되었다가 차츰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반항과 파괴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할 작업은 스스로 파괴한 세계를 바라보는 자의 자세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구상이다. 그 모든 것의 바탕은 바라보는 자의 아픔이다.

김 시인은 송 시인이 자신의 시 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송 선생님의 시에는 전통과 첨단이 교차하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다"며 "자칫 소홀히 여겨 놓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선생님의 시를 읽거나 직접 말씀을 들으며 내 세계와의 차별성과 유사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 새로운 접점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김 시인은 멘토가 된 송 시인을 통해 시를 대하는 자세와 시인이 가져야 할 품성을 배운다. "선생님은 시에서나 삶에서나 한결같은 분이십니다. 시인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분위기, 표정, 눈빛으로 모든 것을 읽습니다. 불필요한 말은 사족입니다. 선생님의 시와 삶, 모두가 내게는 인생 상담입니다."

그는 시에 대해, "시를 망친다는 것은 사고를 경직화시키고 단순화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그건 곧, 삶에 있어 주체성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는 말"이라며 "시의 본질은 혁명이며, 시는 사랑 또는 그리움 따위를 통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는 가식적 형식적 사랑을 거부하며, 사랑의 외연보다는 내포를 파헤치는 것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대구의 젊은 시인 몇몇이 종종 송 시인의 작업실 '내간체'에 들러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다. 송 시인은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귀가 예민하고, 해박한 음악지식을 가지고 있다. 김 시인은 "송 선생님의 작업실인 '내간체'에서 듣는 음악은 정말이지 영혼을 떨게 만드는 사운드를 낸다"며 "LP와 모노 스피커에서 들리는 생생한 현장감, 녹음하는 가수의 거친 호흡과 연주가들의 작은 떨림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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