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교원 생활 2년 반 만에 나는 사상경향 불온이라는 죄목으로 교단에서 쫓겨나고 그해 12월에 상춘 군, 이갑기 군과 가두극장을 대구에서 조직하고….' 대구가두극장의 핵심이었던 신고송이 1945년 '예술운동' 창간호에 쓴 글이다. 신고송이 스스로 주도했던 일을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라면 대구가두극장은 1929년 12월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에 나온 대구예총 50년사는 대구가두극장 창립을 1930년 11월로 못 박고 있다.
대구가두극장은 식민지 피지배계층을 위한 연극운동을 표방하며 출범한다. 특히 가두극장은 인적 구성면에서 대구지역 연극'영화운동의 마중물 같은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가두극장에 참여했던 멤버들 중에는 해방 이후 그 역할이 재생되어 역동적인 활동을 펼친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시기 신극 도입 이래 연극'영화 등 대중 예술을 주도한 비중 있는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대구에서 배출된 것은 이 같은 토양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대구가두극장의 시대적인 원류를 찾다 보면 대구무대협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무대협회는 민족 문제를 무대에 형상화할 목적으로 일제강점기인 1925년 8월 초에 출범했다. 당시의 출범 사실은 '민중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달려 신문에 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대구예총 50년사는 1925년 9월에 안종화, 김춘원, 배병철에 의하여 발기된 대구무대협회가 만경관에서 '도라오는 아버지' '희망의 노래' '인류의 여로'를 공연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창립일이 빠져 있고 발기인 가운데 '김춘강'을 '김춘원'으로 잘못 쓰고 있다.
대구무대협회와 가두극장에 이어 1935년 대구에서는 이원식 등이 주축이 되어 코레아영화제작소를 만들게 된다. 코레아영화제작소는 시나리오 공모 수상작인 박민천의 '황혼'으로 영화 제작을 시도하기도 했다. 박민천은 대구의 조선 영화 전용관이었던 만경관의 홍보를 담당하며 영화 홍보잡지 발행에도 관여하고 있었다. 또 구미 출신의 영화인인 김유영이 기술고문을 맡아 합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구지역 청년층의 활발한 움직임은 해방 이후 역동적인 연극'영화 활동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1945년 해방 이후인 10월 1일, 일제 잔재를 없애고 문화계몽의 기치를 내건 '10월영화공장'이 창립된다. 10월영화공장은 가두극장과 인맥이 연결되었거나 코레아영화제작소에 참여했던 멤버들이 주도한다. 10월영화공장은 이동연극대를 조직하고 연기자 양성소도 설치한다. 또 뉴스영화를 만들고 경주를 중심으로 문화영화의 제작에도 나서는 한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신불출 만담회를 대구와 포항, 김천 등에서 공동주최한다. 이처럼 10월영화공장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키우고 문화의 저변 확대에 힘을 쏟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겼다.
또 해방기 대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연극'영화 단체들 또한 적지 않았다. 대구연극동호인회는 전재민구제 기금모집 공연에 나서고, 조선음악연구회는 춘향전을 대구극장에 올린다. 대구영화협회는 뉴스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제작을 위해 시나리오와 영화소설을 현상공모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그 시절 평양'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문화도시로서의 대구의 위상을 높인 데는 연극'영화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예총 50년사는 이름처럼 예총시대 이후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위해 발간한 책이다. 그렇더라도 대구의 연극과 영화 활동의 뿌리를 간략하게나마 서술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역사적인 실상을 복원하는 일에 이념 같은 잣대를 댈 필요는 없다. 존재하는 스토리를 찾아내 기록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의 품이 들어갔을 대구예총 50년사의 발간도 그런 작업의 일환일 것이다.
덧붙이면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문총)나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의 명칭을 다르게 적어 놓은 부분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본문에 인용된 지역 신문의 창간일도 비록 하루 차이지만 틀리게 기록했다. 대구의 연극과 영화의 뿌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들춰냈다.
박창원(톡톡지역문화연구소 소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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