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콤하게 달달하게' 국산 향신료 한우물…㈜이슬나라

향신료 전문제조기업인 (주)이슬나라는 국내시장을 접수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국산 향신료의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기업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향신료 전문제조기업인 (주)이슬나라는 국내시장을 접수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국산 향신료의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기업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신용과 믿음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 칠성동의 ㈜이슬나라는 향신료 전문제조기업이다. 회사는 수많은 시련 속에도 믿음과 신뢰를 지킨 오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접수한 것은 물론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4형제의 식자재 도전

이슬나라가 향신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 되기까지 김성관(사진) 대표의 과거사를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 서문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그는 "첫째 형님이 '형제상회'를 만들어 식자재 유통을 했다"며 "형님 가게가 잘 되면서 뒤이어 형제들이 시장 곳곳에 '형제상회' 2호, 3호, 4호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87년 4호점을 열었다. 그는 "형님이 서문시장에서 포장마차들을 상대로 식자재를 팔아보라고 해서 그곳에 4호점을 열고 식재료와 밀가루, 마가린 등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친화력과 노하우를 앞세워 서문시장 내 가게뿐 아니라 중대형 업체에도 식자재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IMF가 터지면서 김 대표는 첫 시련을 맞이했다.

그는 "물건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손님들이 떨어져 나가 버렸다"며 "30대 후반의 나이에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2001년 자신이 직접 식자재를 만들어 유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IMF 때 가게 운영이 힘들었던 것은 식자재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나 공급자가 물건을 시중에 내놓지 않아서였다"며 "그래서 나도 제조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면을 구입해 작은 양으로 분리해 포장하는 소분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식자재 포장 가공에 뛰어들었다. 그는 "소량의 당면을 제조해 판매한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제조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많은 상품 아이디어를 짜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향신료로 전국 진출

당면 판매가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자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양식재료에 들어가는 향신료 제조를 시작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향신 원료들을 구입, 작은 공장에서 용기포장을 해 도매업체에 납품했다.

이후 매운맛(캡사이신) 제품을 출시, 구매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 대표는 "2002년 월드컵 등 거리로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서 다양한 프랜차이즈가 생겼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2003년 이슬나라는 전국을 노리기 위해 IT 부문 계열사 '이켓솔루션'을 만들었다. 이켓솔루션은 이슬나라 쇼핑몰인 '이켓'을 오픈, 전국적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했다.

김 대표는 "처음에 통후추를 구입해 만들었던 것이 기억난다"며 "지금은 330종의 향신료를 전국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나라의 주 고객은 외식업체다. 뷔폐와 예식장, 프랜차이즈 등이다. 회사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 고유 소스를 제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소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소를 운영, 식품공학을 전공한 연구원 3명이 100회 이상 테스트를 통해 소스를 만들어낸다"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레시피를 주고 제조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직접 어떠한 맛이 나는 레시피를 만들어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슬나라의 또 다른 장점은 '사회적 책임'이다. 회사는 전체 직원 27명 가운데 50%가 장애인과 노인으로 채워져 있다. 식자재를 다루는 기업인 만큼 원재료도 믿을 수 있는 농협에서 구입하는 고집을 하고 있다. 지난해는 공장을 증축, 자동화 생산을 갖추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세계로 진출

이슬나라는 2000년대 후반 들어 한류열풍이 일면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의지를 세웠다. 김 대표는 "2007년 미국 시카고 식품기술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미국인의 입맛에 맞는 한국적인 소스를 만들면 충분히 시장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라 여기저기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슬나라는 우선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의 도움을 받아 영문사이트를 개설했다. 한국무역협회 김경민 과장은 "우수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지만, 현지 시장을 당장 노리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했다"며 "영문사이트 개설과 꾸준한 관리, 세계전시 참여를 통해 바이어를 발굴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슬나라는 미리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도 완료했다. 5년에 걸칠 작업 끝에 이슬나라는 최근 미국의 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2년간 500만달러치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며 "올 1월 첫 선적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수입 향신료를 대체할 국산 제품을 만들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FTA를 보면 농민들에게는 오히려 악이라고 하지만 국산 농산물을 잘 가공해 향신료와 소스를 만들어내면 오히려 역수출을 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나는 형제상회 때부터 식자재를 사람들에게 판매해온 마케팅 전문가다. 나의 노하우가 국내 농업의 마케팅을 조금이나마 성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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