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통역하는 우즈벡 의사 '새댁' 유가이 나타리야 씨

계명대 동산의료원 의료관광교류팀

우즈베키스탄 간호사이자 의사 자격증을 가진 유가이 나타리야 씨가 한국에서 의료통역가로 제2의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터전이 된 동산의료원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간호사이자 의사 자격증을 가진 유가이 나타리야 씨가 한국에서 의료통역가로 제2의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터전이 된 동산의료원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제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또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또 다른 행복을 찾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4년 전 친구의 소개로 한국 남자를 만나 6개월 교제 끝에 결혼한 후 시댁인 경산에서 아내, 엄마, 직장인으로서 '제2의 한국 인생'을 시작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의료관광교류팀의 유가이 나타리야(34) 씨는 고려인 2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우즈베키스탄인이다.

밝은 성격이어서 인터뷰 내내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은 나타리야 씨는 의료관광교류팀에 합류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새내기 직장인. 하지만 그의 본국에서의 경력은 이채롭다. 우선 그는 타슈켄트 간호대학을 졸업한 후 유년시절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우즈베키스탄 국립 타슈켄트 의과대학에서 7년간 수학한 간호사이자 의사 출신이다. 이후 카자흐스탄 알마티 소재 병원에서 3년간 내과의사로서 임상경험도 갖췄다.

"결혼 후 한국에 와서 의대에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양육과 한국어 실력이 모자라는 것 같아 입학을 포기했어요."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의료관광통역지원센터를 알게 됐고 동산의료원에서 두 달간의 실습이 인연이 돼 동산의료원 의료관광교류팀에 입사하게 된 것. 주된 일은 러시아에서 연수 온 의료진이나 환자들을 위한 통역이지만 이외에도 환자 보호자역, 간호사, 간병인역은 물론 완쾌 후 관광가이드까지 일인다역을 소화해 내고 있다.

3년간 배웠다는 한국어는 발음의 정확성을 제외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러시아어, 우즈베키스탄어에 영어까지 구사하는 멀티플레이어이다. 국내 의료진의 진단 내용이나 어려운 의학 용어도 의사 출신이기에 정확하게 이해하고 치료 가능성 여부를 러시아어로 답신할 수 있는 나타리야 씨는 한-러 의료교류에 그야말로 가교 역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한국에서 치료받기를 원하는 러시아 환자들은 많은데 비자 문제 등이 걸려 많은 사람들이 대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때문에 나타리야 씨는 이들과 전화, 이메일 등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서류 처리와 여행사를 통한 한국 입국 시기까지 주선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치료법이나 진단검사법, 수술법 등은 현재 러시아보다 월등히 앞선 수준입니다. 그래서인지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에서 온 환자들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어요."

나타리야 씨가 담당하는 러시아 환자들은 월 평균 10~15명 정도. 의사 출신답게 그는 암환자가 대부분인 외국 환자들 중 간혹 보호자 없이 혼자서 진료받으러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곁에서 보호자 역할도 겸한다. 환자들이 건강을 다시 찾아 귀국할 때 모습을 보면 말로 다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늘 목표의식을 갖고 생활하려고 합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키우는 겁니다."

이어 나타리야 씨는 며느리로서 한국 음식 만드는 법도 하루빨리 익히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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