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반전: 거짓말 주의보/존 로이드'존 미친슨 공저/이한음 옮김/해나무 펴냄
'나폴레옹은 키가 작다.'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1821년 나폴레옹을 부검했던 그의 주치의 프란체스코 안토마치는 나폴레옹의 키를 '5/2'라고 기록했다. 프랑스 측정 단위인 '5피에 2푸스'라는 말인데, 이것을 m 단위로 바꾸면 169㎝가 된다. 당시 프랑스인들의 평균키가 164㎝였으므로 작은 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어째서 나폴레옹은 키가 작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졌을까. 나폴레옹 옆에 서 있던 근위병들의 키가 컸을 뿐이다. 당시 근위병의 키는 적어도 178㎝ 이상이어야 했다. 나폴레옹이 작았던 것이 아니라 나폴레옹 주위를 에워싼 병사들의 키가 눈에 띄게 컸던 것이다.
'나폴레옹은 키가 작다'는 말이 거짓임에도 그의 키가 작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데 이는 '키 작은 사람이 공격적인 행동을 통해 모자란 키를 보상하려고 한다'는 '나폴레옹 콤플렉스'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세균이 가장 많은 물건은 어느 것일까. 흔히 변기를 꼽기 일쑤지만 정답은 칫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칫솔은 변기 물을 내릴 때 1.8m 반경까지 퍼지는 세균 덩어리 물안개에 사정없이 노출된다. 칫솔에 이어 화장실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물건은 변기 손잡이다.(알려진 것과 달리 변기 사용 후 손을 씻는다고 답한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손을 씻지 않는다고 한다.)
유독 화장실만 세균이 많은 것도 아니다. 사무실 책상에는 변기 의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무실 책상 한 곳에는 1억 마리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평균적으로 전화기에 3천895마리, 키보드에 511마리, 마우스에 260마리가 산다.
이 책 '지식의 반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이나 지식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너무나 그럴싸해서 의심하지 않았던 지식이나 상식에 첨단과학과 자료를 갖다 대 거짓과 오류를 밝히는 것이다.
콜라에 치아를 밤새 담가두면 흔히 녹아 없어진다고 알고 있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1950년 미국 코넬 대학교 클라이브 매케이 교수는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에서 코카콜라에 들어 있는 높은 함량의 당분과 인산이 치아를 삭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증언에 극적인 효과를 부과하기 위해 콜라 한 잔에 치아를 넣어두면 이틀 뒤에 녹아 없어지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청량음료 한 캔에는 찻숟가락 7개 분량의 설탕이 들어 있으므로 치아를 썩게 만드는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단 몇 시간 만에 치아가 삭아 없어지지는 않는다.
죽음에 직면하면 전 생애가 한순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질까?
그렇다. 현재까지 나온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유례없는 상황에 직면하면 지금까지 경험했던 심상을 기억에서 꺼내 지금 상황과 비교한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당면한 극단의 위험과 들어맞는 기억을 찾아내지 못하면 뇌는 필사적으로 탐색범위를 넓히게 되고,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들게 된다. 말 그대로 전 생애가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머리무게를 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목을 베는 것은 가장 좋지 못한 방법이다. 목을 베면 사람은 5초도 되지 않아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간단한 방법은 머리를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에 집어넣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의 머리는 밀도가 물의 밀도와 아주 비슷하다. 커다란 쟁반에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를 놓고 머리를 푹 담근 뒤 쟁반으로 흘러내린 물의 무게를 재면 머리 무게를 상당히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나아가 더 큰 양동이를 써서 몸 전체의 무게를 잴 수도 있다. 머리를 넣었을 때 흘러넘친 물의 양과 몸을 전부 집어넣었을 때 흘러넘친 전체 물의 양을 비교하면 전체 몸무게 중 머리 무게의 비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흔히 알려진 지식과 상식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파고든다. 코피가 날 때 머리를 젖히는 것은 도움이 될까, 물은 0℃에서 얼까, 술을 마시면 항생제 효과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등 뻔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뻔하지 않은 답이 나오는 상식을 살펴본다. 지은이들은 상식의 오류는 대부분 잘못된 주장, 언론의 과장보도, 터무니없는 믿음, 너무나 그럴듯하기에 의심하지 않는 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340쪽, 1만4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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