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롱이어비엔과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카낙, 러시아 시베리아의 베르호얀스크와 미국 알래스카의 배로. 이 도시들은 북위 66.33도 이북의 북극권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롱이어비엔은 북위 78.14도에 있는 지구 최북단 도시 중 하나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전 세계 식물 450만 종의 씨앗을 보관하려는 국제종자저장소가 있다. 비슷한 위도의 카낙은 850여 명의 이누이트 주민이 곰과 물개, 바다코끼리 등을 잡으며 생계를 잇고 있는데 아무도 직업을 묻지 않는다. 농사를 아예 지을 수 없고 사냥밖에 할 일이 없어 모두 같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호얀스크는 북위 67.33도에 있어 북극권 내에서는 남쪽에 있지만, 지형적인 영향으로 겨울에 찬 공기가 머물러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 지구 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통한다. 인근에 있는 북극권 바로 아래의 마을 오이미야콘과 함께 겨울에 영하 70℃ 가까이 내려가며 제정 러시아 시대에는 정치범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유형지로 이용됐다. 북위 71도에 있는 알래스카 최북단의 도시 배로도 에스키모 주민들이 주로 사냥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북극권의 도시와 마을들은 인간의 놀랍도록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동토의 땅에 사는 사람들은 9개월간 지속하는 겨울과 3개월에 불과한 여름을 보내며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생태계가 파괴돼 삶의 방식이 흔들리고 있다. 극지 식물이 사라지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갑각류가 줄어들고 있고 이는 극지 여우와 북극곰 등의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상 7~15도인 여름 날씨도 더워지고 있어 혹독한 자연조건에 익숙한 신체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들어 알래스카에 30℃가 넘는 이상 고온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17일에는 북부의 한 산악 마을이 3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풍기와 태닝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고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기는 이색적인 풍경도 등장한다. 이쯤 되면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라'라는 영업의 고전적 격언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알래스카에서 일어나는 낯선 모습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또 하나의 강력한 경고이다. 북극을 북극답게 되돌리는 것, 후손들을 위해 시급히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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