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2월 25일생 이경필, 6'25전쟁 흥남 철수 때 매러디스 빅토리 호에서 태어난 다섯 번째 아이'.
정전 60주년 특별기획으로 KBS 1TV에서 제작한 '기적의 김치 5'가 25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한국전쟁의 포화가 한창이던 1950년 12월, 남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목숨을 건 피란민이 흥남항으로 몰려들었다. 군수물자를 싣기 위해 흥남으로 왔던 매러디스 빅토리 호에 피란민들이 타기 시작했고, 고작 3천여 명을 태울 수 있을 거라고 했던 배에는 피란민 1만4천 명이 꾸역꾸역 올라탔다.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배 안에서 기적처럼 아기 다섯 명이 태어났다. 미국 선장과 선원들은 다섯 명의 아기들에게 '김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중 다섯 번째로 태어난 아기가 바로 '김치 5'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 이 '김치 5'는 거제도에서 동물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수의사 이경필 원장이다. 매러디스 빅토리호에서 마지막으로 태어난 '김치 5'의 주인공으로 '평화, 은혜, 나눔'의 정신을 강조한 부모님의 뜻에 따라 그는 거제도 주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는 거제도의 만능 일꾼으로 살고 있다.
나머지 '김치 1∼4'를 찾기 위해 거제도와 이북5도청 관련 기관을 모두 찾아다니며 수소문한 끝에 겨우 '김치 1'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 때문에 이북에 남아 있는 형과 누나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하며 쉬이 취재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의 기적과도 같은 새 생명, 김치의 탄생. 김치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상징이었다. 한국전쟁의 상흔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김치를 만나러 가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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