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숫자에 약하다. 말을 할 때 숫자를 들먹이면 일단 내용이 정확해 보이고 믿음이 간다. 그래서 자신의 얘기나 주장을 남들이 믿게 하고 싶은 정치인이나 각종 전문가, 그리고 사기꾼들은 수치를 곧잘 인용한다. 그것을 풍자해 미국의 인기 만화 드라마 '심슨 가족'에서 가장인 호머가 다음과 같이 거들먹거리며 얘기한다. "이봐 켄트, 사람들은 통계 자료만 들이대면 꼼짝 못하게 돼 있어. 40%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 그렇다. 숫자 중에서도 남들을 꼬드기는 으뜸은 통계자료다. 의학과 관련해서도 통계는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다닌다. 그렇지만 소중한 건강과 관련된 만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해석의 오류가 있었거나 과장된 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해석에 오류가 있는 외국의 경우다. 병원들이 건강검진 때 유방촬영을 하면 유방암 사망자가 25% 준다고 홍보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유방촬영이 여성 100명 중 유방암 사망자를 25명이나 줄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를 잘못 해석했을 뿐이고 실제 줄어든 사망률은 불과 0.1%였다. 독일에서 여성 28만 명을 조사했더니 유방촬영을 받지 않은 여성은 1천 명당 4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했지만, 촬영을 받은 여성은 사망자가 3명에 그쳤다. 유방촬영이 4명의 유방암 사망자에서 1명을 줄였으니 25%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예방 효과를 입은 여성은 1천 명당 1명이니, 25%가 아닌 0.1%에 불과하다.
통계학적으로는 의미 있지만 임상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강하제를 써서 혈압이 최소한 10~20㎜Hg는 낮아져야 약효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1만 명 정도의 많은 수에서 조사하면 2㎜Hg만 낮아져도 통계학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차이가 된다. 다시 말하면 혈압을 2㎜Hg 낮출 뿐인데도 '엄청나게' 효과 있는 약으로 선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경우가 지난해 스웨덴에서 있었다. 초콜릿을 많이 먹는 사람이 뇌졸중 위험도가 17%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신경학 잡지에 실렸다. 초콜릿을 하루 50g 이상 먹은 사람 10만 명 중 73명, 초콜릿을 먹지 않은 사람 10만 명 중 85명이 뇌졸중을 겪었다고 한다. 원래 표본의 숫자가 많으면 근소한 차이도 의미 있는 것이 통계의 원리다. 이 경우도 10만 명씩이나 되니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10만 명에서 12명이 차이 나므로 0.01%에 불과한데도 '상대 위험도 17%' 등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이 되니 사람들은 솔깃해진다. 2009년 한국인의 사망 장소로는 병원 65.9%, 주택 20.1%, 기타 14%로 병원이 통계학적으로 매우 유의하게 비율이 높다. 오래 살려면 병원을 피해야 할까?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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