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짝 엎드린 기업들 "앞날이 깜깜"

매출 급감 설비 투자 연기

#.대구의 한 IT업체는 최근 대구지방국세청으로부터 5억원의 과태료를 추징당했다. 2년전 매입한 주가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식을 팔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업체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주가가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데 획일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고액의 세금부과로 곤혹스럽다.연초 세웠던 투자계획을 재검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차 벤더에 부품을 납품하는 2차 벤더인 A 자동차부품업체는 8억원을 투자해 기계자동화 설비투자를 하려던 계획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작년보다 매출이 20% 이상 급감했기 때문.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투자계획을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외부 경영환경이 어려워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더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가운데 세수확보를 위한 세무조사 확대, 세계경제 변동성 확대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들 "세무조사 겁나요"

지역 기업들은 정부가 줄어든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자 행여 불똥을 맞거나 과태료를 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 중견기업은 신규 투자 아이템을 발굴하던 중 최근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례적으로 오너 개인 계좌까지 조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고군분투하며 새 아이템을 발굴 중인데 세무조사 때문에 기운이 확빠진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비리가 없는 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세무조사 대상을 확대하자 기업들은 "잘되고 있다는 소문을 내지 마라"며 주변에 입단속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기업인은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언론 광고를 하기가 겁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회사가 좀 잘 운영된다는 소리가 나오면 세무당국의 관심을 받아 세무조사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새 정부 들어 세수 확보를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기업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개인들도 돈을 쓰기가 어렵다"며 "기업들의 경우 리스크를 안고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더욱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책 역효과

정부가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기업들의 투자보류는 계속되고 있다. 3공단에서 금형가공을 하는 B 업체는 올 상반기 1세트에 6억~8억원하는 기계를 들여오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성서공단에 있는 중견 자동차부품업체의 경우 올해 20억원 정도의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최근 유보했다. 염색공단에 있는 C 섬유업체도 5억원 정도를 들여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려다 최근 포기했다.

특히 섬유업종의 경우 설비 투자가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에 수출했던 기계를 역수입할 정도로 설비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올 들어서는 설비투자를 하는 업체를 찾기 힘들다는 것.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하경제 양성화도 좋지만 과도한 세무조사로 이어지면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다"며 "노동·환경 문제까지 경제민주화로 포장하면 중소기업에 큰 불안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한 기업 대표는 "대기업이 투자를 중단하면 당연히 중소기업도 영향을 받아 투자와 고용을 늦출 수밖에 없다"며 "경제민주화도 좋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분리해 다르게 정책을 펴야하고 시기도 조절을 해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러한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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