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방송사와 금융기관 등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3·20 사이버테러가 발생한 지 석 달여 만에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언론사 등 16개 기관 전산망이 다시 뚫렸다. 특히 청와대 홈페이지 해킹은 2009년 7·7 디도스 공격 이후 4년 만으로, 우리 정부는 사이버 위기 '주의' 경보까지 발령했다.
이처럼 북한을 비롯한 특정 세력의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는 공격의 주체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사이버 안보위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까지 뚫렸다
6·25전쟁 발발 63주년인 25일 오전 9시 30분쯤 청와대 홈페이지(president.go.kr)에는 '위대한 김정은 수령' 등의 붉은 글자가 화면 가득 떠올랐다. 오전 10시쯤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통일 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 조건이 실현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라"라는 한글과 영문 메시지가 떴다.
비슷한 시간 국무조정실 홈페이지도 2분가량 접속이 중단됐고, 새누리당 경북'서울'경기'인천 등 8개 시·도당 홈페이지와 미래창조과학부·통일부 홈페이지, 매일신문 등 일부 언론사까지 모두 16개 기관 홈페이지가 피해를 당했다.
◆사이버 위기 경보 '주의'발령
이후 정부는 25일 오후 3시40분을 기해 사이버위기 경보를 '관심'에서'주의' 단계로 높여 발령했다. 사이버위기 경보단계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한다.
주의 단계 발령 즉시 정부는 국가 사이버위협 합동대응팀을 구성해 해킹 공격을 받은 정부기관, 언론사 등의 인터넷 서버와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긴급 복구에 나섰다.
악성코드 유포지와 경유지를 차단하는 한편 피해기관을 대상으로 해킹의 원인과 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악성코드 등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해킹 수법은 신종 디도스 공격
6·25에 맞춰 청와대 등 16개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해킹은 광범위한'디도스 공격'으로 밝혀지고 있다. 26일 안랩(대표 김홍선)은 청와대, 새누리당 웹사이트에 대한 이번 공격은 악성 스크립트 방식의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기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정부통합전산센터의 도메인 네임 서비스(DNS) 공격은 좀비PC를 활용한 기존 방식의 디도스 수법으로 분석했다.
'악성 스크립트 방식' 디도스 공격은 공격자가 특정 웹사이트에 악성 스크립트를 설치하고 사용자가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면, 미리 설정한 웹사이트로 공격 트래픽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안랩에 따르면 이 같은 디도스 공격은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가 없는 새로운 해킹 수법이다.
◆정부와 정치권 책임론 부상
'3·20 사이버테러'가 일어난 지 불과 세달여 만인 25일 국가 핵심 기관이 해킹되는 사태가 발생해 정부가 그동안 대책마련에 소홀했던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특히 북한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계속 제기하는 등 해킹 공격이 예견돼 왔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함에 따라 말만 앞세운채 제대로된 대책을 실행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민간 부문의 사이버보안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공공 부문은 국정원이 책임지고 있다.국정원은 지난 3월 농협, 신한은행 등 대형은행과 KBS, YTN 등 방송사가 서버공격을 당한 뒤 사이버 테러에 대한 안보를 총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왔다.또 국회는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3·20 사이버테러 직후인 4월 초 국정원이 사이버안보를 총괄하도록 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발의했다.애초 이 법안은 3·20 사이버테러와 같은 대형 보안위기 때 범국가차원의 사이버위기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그러나 발의 당시부터 사이버안전 총괄기능을 국정원이 하게 되면 민간 정보통신 시설로까지 국정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데 따른 부작용과 사생활 침해 우려로 논란이 벌어지며 국회 통과가 지연됐다.보안업계의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국정원이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권위를 내세워 민간 보안업체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며 "해킹 공격을 막는 데 있어서도 선제 방어 등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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