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불안감이 숲체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약자들이 주로 감염의 희생양이 되면서 대구경북 어린이집 상당수가 숲체험을 취소하고 있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야외 활동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18일 야생 진드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 신고건수가 124건이었고 이중 10명의 환자가 실제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중 5명이 숨졌다.
경북에서도 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달 30일 경북 군위군에 사는 70대 할머니가 지난 달 16일부터 고열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다. 사정이 이렇자 어린이집은 숲체험 등 야외활동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숲체험 자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어린이집 측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은 이달 들어 야외활동을 놀이터 놀이 등으로 모두 바꿨다. 학부모들의 야생진드기 경계가 생각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심지어 방역작업이 된 대구수목원도 불안하다며 최대한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들의 경계심이 수족구 등 여느 전염병을 대할 때와 다르다.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며 "어린이집으로서도 굳이 무리해가며 야외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 안동에 있는 한 어린이집은 2주에 한 번씩 있던 숲체험을 모두 취소했다. 여름철 더운 날씨 탓에 숲체험이 최적의 야외 체험활동이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 야생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없어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 유아들이 주로 찾는 유아숲체험원의 경우 특별 방역소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야외활동 자제 요청에는 이마저도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영·유아들의 야외 활동 전반을 위축시켰다. 과수원도 접근 경계 대상이 됐다. 풀밭이 우거진 곳은 접근이 모조리 취소된 탓이다. 심지어 밀밭, 상추, 고추 등을 심어놓고 수확하는 것도 꺼리고 있을 정도다. 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 등 유관기관의 믿을 만한 정보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며 사실상 야외활동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곳 어린이집 원장 역시 "야외활동 참가신청을 받기도 전에 야외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전화가 쇄도했다"며 "야생진드기 활동시기인 8월까지는 잔디 정도가 있는 근린공원에 나가는 수준에 머무를 것 같다.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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