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위대한 영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백인 소수가 흑인 다수를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말미암아 형편없는 국가로 통했다. '분리' '격리'를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년 다니엘 프랑수아 말란 총리가 정책으로 채택한 후 1994년 폐지될 때까지 46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했다. 흑인의 백인 구역 출입 제한, 백인과 흑인 간 혼인 금지, 흑인이 이동할 때 통행증을 발급받도록 하는 통행법, 인종별 거주 지역을 따로 정하는 집단지구법 등이 시행됐다. 이 때문에 남아공은 국제기구 가입이 제한되는 등 '왕따 국가'가 됐다.

이 시기의 남아공은 네덜란드계, 프랑스계 등의 이민자 후손인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지도자로 군림했다. 말란 이후 헨드릭 페르부르트, 발타자르 요하네스 포르스터르, 피터르 빌럼 보타 등이 내각 중심제 아래의 총리와 대통령 중심제로 바뀐 이후 대통령에 오르며 흑인 시위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 진압 등으로 악명을 떨쳤다. 페르부르트가 나빴다면 포르스터르는 더 악랄했으며 보타는 포르스터르를 능가하는 등 갈수록 더 흑인들을 탄압하는 식이었다. 특히 '늙은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보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친 언사를 구사하며 폭압 정치를 자행했다.

이들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흑인들의 저항도 불타올랐으며 그 중심에 넬슨 만델라, 데스몬드 투투 주교, 월터 시스루, 로버트 소부쿠웨 등이 있었다. 특히 만델라는 백인 정권에 의해 27년간 수감됐고 그중 18년간을 본토와 떨어진 로벤 섬에서 산송장처럼 갇혀 지냈다. 만델라는 1990년 2월 풀려난 후 보타의 뒤를 이은 프레데릭 데 클라르크와 협상을 통해 자유 총선거를 하기로 합의, 1994년에 대통령이 됐다.

이후에 만델라가 걸어온 길은 잘 알려져 있다. 과거사와 진실을 규명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백인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화해와 관용의 정책으로 국가 통합을 이끌었다. 오점으로 얼룩졌던 남아공도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한 지도자의 위대한 영혼이 어둠의 역사를 빛의 역사로 바꾼 것은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인 만델라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가더라도 그가 지녔던 저항 정신과 불굴의 용기, 뛰어난 통찰력과 용서의 정신은 오래도록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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