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분권 철학과 결단력, 하늘길 열어내길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님,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정을 위해 열심히 뛰는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공직자들이 지사님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해, 무거운 업무강도에 힘들어할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경북도청 담당기자로 지사님을 4년가량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열정과 약속 이행, 결단력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나이를 무색케 할 정도로 엄청난 일정과 도정을 소화해나가는 모습에서 게으른 자신을 스스로 반성해보는 계기로도 삼습니다.

민선 4기와 5기를 거치면서 약속을 잘 지키는 도지사란 평가도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대목입니다. 최근 사회단체가 주관한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 등급(SA)을 받은 것은 철저한 약속이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라고 봅니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유치, 새마을세계화 등 선거 당시 내놓은 많은 약속을 잘 지켜왔기 때문에 나온 쉽지 않은 결과일 것입니다. 아낌없는 축하를 보내드립니다.

지사님의 과감한 결단력도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점일 것입니다. 도청 이전에 대한 결단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경북 23개 시군, 그것도 재정여건이나 사회'문화환경과 입지조건이 모든 다른 넓은 지역 가운데 특정 지역을 도청 소재지로 선정한다는 것은 선출직으로서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지사님은 해냈습니다. 입지 선정 이후에도 다른 지역의 별다른 불협화음이 없이 '대역사(大役事)' 일궈냈습니다.

필자는 지사님의 뜨거운 열정과 철저한 약속 이행, 과감한 결단력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을 높이 삽니다.

지난 2011년 5월이 생각나는군요. 지사님은 '새로운 지방의 시대를 열자'며 목숨을 건 단식을 단행했습니다. 도청 앞마당에는 '추풍령 너머에도 사람이 산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습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의 공정한 평가를 비롯해 수도권에 가로막힌 지방의 생존과 권리를 되찾자는 절규이자, 몸부림이었습니다. 지사님은 평소에도 "원래 지방이 가져야 할 권한과 몫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며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습니다. 그 소신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남부권 신공항 문제에서 만큼은 아쉬움이 큽니다. 재정분권과 자치경찰제, 공천권 폐지와 함께 남부권 신공항 건설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요소라고 봅니다. 대구경북은 물론 남부권 성장 동력을 위한 대동맥이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은 수도권의 대동맥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지방민들이 수십 년 동안 아무리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더라도 국토의 슈퍼 '갑'인 수도권이 구축한 대동맥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수도권 언론은 이러한 수도권 중심사고를 퍼뜨리며 '일개' 지방의 목소리를 잠재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지사님은 남부권 신공항과 관련해 침묵하셨습니다. 대선공약화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의 정치적 입지와 영남권 표를 의식한 측면이란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사님은 대선 이후 지금까지도 공식석상에서 남부권 신공항의 필요성과 추진전략 등에 대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영남권 5개 시도가 정부 수요조사에 전격 합의한 뒤 열린 대구경북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지사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부는 이제 남부권 신공항에 대한 수요조사와 입지 타당성조사에 나선다고 합니다. 부산의 단체장과 정치권, 재계는 똘똘 뭉쳐 '가덕도'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안동 등 북부권은 세종시로의 교통망만 확충되면 수도권과 쉽게 교통할 수 있고, 포항 등 남동부는 가덕도나 밀양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구미 등 경북 중부권과 대구 등이 밀양을 절실히 원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사님은 혹시 지역 상황에 대한 일부 경북도청 공무원들의 이 같은 인식과 궤를 같이 하면서 신공항에 대한 결단에 주춤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지사님의 지방분권에 대한 굳건한 철학과 도청 이전과 같은 과감한 결단력이 영남의 대동맥이 될 남부권신공항 추진에서도 발휘되길 앙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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