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장가만 보내면

27년 전 그의 나이 10살 때 첫 수술을 시행했다. 선천적 종양인 두개인두종(뇌종양의 일종)이 뇌하수체(우리 몸의 모든 호르몬이 나오는 곳) 위쪽 부분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일부는 소뇌 쪽으로 넓게 확장돼 있었다. 호르몬 검사를 시행하니 모든 호르몬이 부족했다. 일부 호르몬을 투입하면서 한 번은 앞머리 쪽에서, 두 번째는 뒷머리를 통해서 종양을 제거했다. 지금도 그때의 CT사진을 보면, 수술 장비도 좋지 않았던 그때 어떻게 그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수술 후 장애 없이 회복했다. 남은 문제는 '부족한 호르몬을 어떻게 외부에서 공급하여 그를 정상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느냐?'였다.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협진을 의뢰했다. 그분이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을, 내가 부신피질호르몬과 갑상선호르몬의 보충을 책임졌다. 그는 다행스럽게 정상인 모양으로 성장했고 가족의 보살핌으로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첫 수술 후 17년 만인 그의 나이 27세에 종양이 재발했다. 부모도, 그도,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재수술은 처음 수술보다 무척 힘이 든다. 접근하는 길이나 병변 부위가 흉터처럼 서로 엉켜 붙어 있어 종양과 정상 조직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박리(떼어냄)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재발한 종양은 시상하부(視床下部)라는, 손상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중요한 뇌의 부위와 붙어있지 않은가! 등에 땀을 흘리면서 수술했다. 그는 다시 정상으로 회복하여 퇴원했다. 외래에 약을 타러 올 때면 아버지가 하시는 건축 일을 돕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머리를 긁적거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 그의 어머니가 외래에 오셨다. "교수님, 정말로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네요. 생명만 구하면, 정상인처럼 키가 컸으면, 이제는 결혼만 했으면 하네요. 장가만 보내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얼마 후 그가 외래에 왔다. 다른 지방 신학대학에 진학했으니 그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소견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나이 37살, 왜 갑자기 신학대학을 지원했을까?

우리는 그를 인위적으로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신이 만든 정상 인간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비슷했겠지만 그는 무엇인가 다른 이방인 같은 느낌을 가졌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인간으로 자신을 만든 신을 찾으려고 신학대학으로 진학했는지도 모르겠다. 말없이 진료 소견서를 적어 주고 진료실을 나가는 그의 등을 바라보면서 부족한 인간의 능력을 안타까워했다. 많은 신학공부를 해서 우리들이 하는 육체적 치료가 아닌 정신의 치유에 공헌하도록 기원한다.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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