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난중일기, 세계기록유산이 되다

2013년 6월 21일 광주에서 열린 '2013년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의'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97년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을 시작으로, 2001년 직지심체요절과 승정원일기, 2007년 조선왕조의궤와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2009년 동의보감, 2011년 일성록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총 11건에 이르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기록유산을 보유한 국가라는 우월적인 지위도 갖게 됐다.

이번에 지정된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쓴 7년간의 진중(陣中) 일기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달인 5월 1일부터 전사하기 한 달 전인 1598년 10월 7일까지의 기록으로, 친필 초고는 국보 제76호로 지정돼 현재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다. 왜적과 대치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매일의 일기를 정리해 나간 것에서 이순신의 섬세한 면모를 볼 수 있다. 난중일기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군사를 지휘하는 전쟁 영웅 이순신의 모습과 함께 가족을 걱정하는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곳곳에 피력되어 있는 점이 흥미를 끈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와 아들을 잃은 아픔이 진솔하게 일기에 표현되어 있으며, 그와 고락을 나누었던 군사들에 대한 애정과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백성들의 삶을 걱정하는 모습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이순신은 일기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정을 짤막한 문장으로 곳곳에 표현하였다. 1593년 5월 4일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지만 적을 토벌하는 일 때문에, 가서 오래 사시기를 축수하는 술잔을 올리지 못하니 평생의 한이다"라고 하였으며, 1594년 5월 5일에는 "탐후선이 들어와 어머님이 평안하신 줄 알다. 다행이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랫동안 어머님의 안부를 듣지 못하니 답답하다"(1596년 8월 12일), "병드신 어머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종을 보내어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오게 하였다"(1597년 4월 11일)는 기록들에서는 전쟁 영웅보다는 어머니 건강을 걱정하는 보통의 자식 모습이 두드러진다. 부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아내의 병이 매우 중하다 한다. 그러나 나랏일이 이러하니 다른 일은 생각할 수 없다." (1594년 8월 30일), "아내의 병이 좀 나아졌으나 원기가 약하다 하니 걱정스럽다." (1594년 9월 2일), "아내는 불이 난 뒤로 크게 상처를 받았고 담과 기침이 심해졌다고 한다. 걱정이다."(1595년 5월 16일)

임진왜란 초부터 이순신을 압박하여 왔던 인물 원균에 대한 묘사도 난중일기에서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다. 원균에 대해 서술한 내용의 대부분은 원균을 비판한 것으로 이순신도 '성웅'이기 이전에 감정을 지닌 '인간'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경상 좌위장과 우부장은 보고도 못 본 체하고 끝내 구하지 않았으니 아주 괘씸하였다. 이를 두고 경상도 수사 원균을 나무랐다. 이 모두가 경상도 수사 때문이다."(1593년 2월 22일), "수사 원균이 나타나서 술주정을 하였다. 배 안의 모든 군사들이 분개하였다. 그 망측한 꼴을 차마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난중일기는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무장 이순신이 쓴 진중일기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치열한 격전이 있었던 날도 일기를 거르는 법이 없었으며, 1598년 11월 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직전의 일기까지도 기록되어 있다. 마지막 기록인 11월 17일의 일기에는 "왜적의 중간 배 1척이 군량을 가득 싣고 남해에서 바다를 건너는 것을 한산도 앞바다까지 추격하였다. 왜적은 한산도 기슭을 타고 육지로 달아났다"고 기록하였다. 난중일기를 통하여 임진왜란의 구체적인 경과와 전술, 병사들의 심리 등 전쟁의 여러 정황들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자식에 대한 애정, 전쟁을 미리 대비하고 부하들에 대해 엄격했던 장군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접할 수가 있다. 구국의 영웅 이순신의 모습은 난중일기로 인하여 더욱 진솔하게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난중일기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난중일기에 대한 관심이 보다 더 커질 것을 기대한다.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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