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각 장애 뛰어넘은 '대구 사격'

한국 대표 선수단 6명중 4명, 농아인 올림픽 앞두고 맹훈련

이달 21일부터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제22회 농아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선수들이 30일 대구사격장에서 훈련 후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재인 감독, 정승윤
이달 21일부터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제22회 농아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사격 대표선수들이 30일 대구사격장에서 훈련 후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재인 감독, 정승윤'민지윤'김종외'김태영 선수, 한태오 코치. 김교성기자

대구 사격이 농아인 올림픽의 사격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30일 대구 북구 금호동 대구사격장. 7월 21일부터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제22회 농아인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사격대표 선수단이 합숙 훈련 중이다. 대표선수단은 대구 출신의 김재인(대구 입석중 감독'대구사격연맹 실무부회장) 감독과 한태오(대구백화점) 코치, 선수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수근(기업은행'대구공고 졸), 김태영(대구백화점), 김종외(대구체고 졸), 민지윤(입석중) 등 선수 4명도 대구 출신이다.

대구 사격은 그동안 농아인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김재인 감독이 오래전부터 농아인 올림픽에 관심을 두고 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한 덕분이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대구 선수들은 김 감독 등 대구 사격인들이 발굴해 키운 선수들이다.

최수근과 김태영은 현재 사격 국가대표이다. 두 선수는 장애를 뛰어넘어 일반인들과의 경쟁에서도 국내 최고 기량을 갖추고 있다. 둘은 농아인 올림픽에선 세계 최강이다. 최수근은 소총 부문에서 2001년 이탈리아 대회와 2005년 호주 대회에서 각각 금메달, 2009년 대만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태영은 호주와 대만 대회 권총 부문에서 2개 대회 연속 2관왕을 차지했다. 또 김종외는 여자 소총 부문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이들은 사격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며 홀로서기를 했다.

김 감독은 "최수근과 김태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 매달 1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으며 소속 팀에서도 4~6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며 "김태영과 김종외, 민지윤은 입석중 선후배다"고 했다.

여자 공기권총 부문에 출전하는 민지윤은 대표선수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인 그는 소피아 농아인 올림픽 한국 대표(약 100명) 중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민지윤은 앞으로 농아인 올림픽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과 함께 겨루는 국제대회에서도 최정상에 설 선수로 기대받고 있다. 그는 올해 5월 대구에서 열린 제42회 전국소년체전 사격 여중부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이번 농아인 올림픽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민지윤은 청각'언어 장애 1급으로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말을 이해한다. 완전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공부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림에 취미가 있었던 그는 용산초교 4학년 때 김 감독과 인연이 닿아 사격을 시작했다. 그는 사격을 배우기 위해 초교 때부터 달서구 용산동에서 동구 입석동까지 먼 거리를 통학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윤이를 볼 때마다 항상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성격이 밝고 신체조건(키 163cm)도 좋아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민지윤은 "권총을 쏘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친구들이 동유럽의 먼 나라를 가는 나를 부러워한다"며 좋아했다.

한편, 세계 90여 개 나라에서 5천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농아인 올림픽에서 여준규 대구사격연맹 회장이 한국 선수단 단장을 맡아 대구 사격은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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