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테크 암흑기 '투자전략'…현금 확보에 주력

재테크 환경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출구전략 언급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급등락을 보이고 있으며 채권 가격은 폭락했다. 여기에 금 등의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면서 재테크 시계가 '제로'(0)다.

국내외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의 재테크 전략을 점검한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다

전문가들은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힘든 격변기에는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박희철 대구은행 본점PB센터 실장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어디에 투자를 하든 투자 메리트가 급감한 상황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움직이지 말고 충분히 상황을 지켜본 뒤 행동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라는 생각으로 인내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출구전략 쇼크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부른 저가매수보다 당분간 보수적 투자전략을 취하라고 권한다.

이작원 동부증권 범어지점장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급락 후 반등을 하더라도 다시 주가가 빠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분간 주가가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추세가 확인될 때까지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가 매수를 할 경우에도 시차를 두고 분할 매수를 해야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투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작년과 같은 채권 전성기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출구전략 여파로 국내 일부 증권사의 채권 손절매 압박이 커지고 있다. 당분간 채권투자를 미루고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에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의 조기 출구전략 이슈가 채권시장의 모든 재료를 압도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동성을 확보해라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산될 때마다 귀가 따갑게 듣는 재테크 키워드는 '유동성(현금) 확보'다. 이를 반영하듯 전문가들은 수상한 시절에는 '현금이 최종 병기'라고 지적한다.

이작원 지점장은 "적기에 저가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현금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손해를 많이 본 경우가 아니라면 반등할 때 주식을 처분해 저가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유휴 자금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돈이라도 아이들 머니(idle money'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돈)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파킹형 상품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파킹형 상품은 투자 대상을 정하기 전에 투자 자산을 잠시 예치해 둘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파킹형 상품으로는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비롯해 머니마켓펀드(MMF), 수시입출금예금(MMDA)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언제든 자금을 찾을 수 있는 환금성 덕분에 최근 CMA 등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의 방향이 전환되면 언제든지 다시 투자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새는 돈을 막아라

재테크 암흑기, 투자자들의 선택은 욕심을 줄이는 길밖에는 없다. 돈을 불리기 힘들다면 '새는 돈'을 막아야 한다. 재테크에서 새는 돈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과세 또는 소득공제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을 이용해 새는 돈만 막아도 연 10%가 넘는 고금리 상품에 돈을 넣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은행 창구에서 0.1%의 금리를 비교하기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더 쉽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절세상품으로는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을 비롯해 장기저축성보험, 연금저축 등이 있다. 재형저축의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7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 점이 단점이지만 총급여 5천만원 이하 근로자 또는 종합소득 3천500만원 이하 사업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재형저축 만한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연금저축은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소득에 따라 환급액(지난해 말 기준)이 26만4천원에서 최고 154만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1년짜리 은행 적금 금리가 평균 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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