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용증 없어도 은행 이체 확인만으로 판결 받을 수 있어

떼인 돈 소송 통해 받으려면?

돈을 빌려준 뒤 받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민사소송과 지급명령 신청, 내용증명 우편 등이 있다. 사진은 대구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민사단독 재판 모습. 대구지방법원 제공
돈을 빌려준 뒤 받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민사소송과 지급명령 신청, 내용증명 우편 등이 있다. 사진은 대구지법에서 열리고 있는 민사단독 재판 모습. 대구지방법원 제공

대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서울에 있는 친한 친구인 B씨로부터 '돈이 당장 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300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도록 B씨는 돈 갚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A씨도 '곧 갚겠지' 하며 기다릴 뿐 의리상 차마 돈을 갚으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돈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 된 A씨는 어렵게 '돈을 돌려달라'는 말을 건넸지만 B씨는 돈을 갚기는커녕 이후 연락마저 끊어버렸다. 괘씸하기도 하고, 돈이 급했던 A씨는 고민하다 법적 자문을 구했고, 결국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많든 적든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특히 친한 사이라면 매정하게 돈을 돌려달라고 계속 독촉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어 난처하다. 또 당장 돈이 필요한데도 연락을 끊고 잠적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며 버틸 경우 막막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돈을 받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민사소송

빌려 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소송이다. 번거롭고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가장 확실하다. 돈을 빌려줬다는 차용증과 돈을 송금한 이체확인증을 찾아 소장과 함께 법원에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소장은 일반적으로 소를 당하는 사람인 피고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접수해야 하지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는 대여금 소송의 경우 소를 제기하는 사람(돈을 빌려준 사람), 즉 원고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소송서류를 접수해도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원고가 소장을 접수한 법원에서 피고의 편의를 고려해 피고의 관할 법원으로 소송서류를 보내 재판하도록 할 수는 있다.

보통 소송물의 액수, 즉 원금 기준으로 청구금액이 2천만원 이하이면 소액단독, 2천만원 초과 1억원 이하이면 민사(중액)단독, 1억원 초과이면 합의부가 재판을 담당하는데, 소액단독과 민사단독은 판사가 1명, 합의부는 판사가 3명인 재판부에 배정된다.

1심 판결 선고 후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돈을 갚지 않을 경우 피고의 부동산을 미리 가압류해뒀다면 확정된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압류 등 강제경매절차를 통해 판결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소송을 제기할 때 피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 신청서를 작성한 뒤 소송 서류와 함께 접수하면 된다.

대구지방법원 제4민사소액단독 성기준 판사는 "판결을 받기 전 피고의 재산을 미리 가압류하면 판결이 확정된 뒤 집행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압류 등 보전절차를 취하는 게 좋다"고 했다.

▷소송에 이기려면

소송에 이기려면 필요한 증거 자료들이 있다. 차용증과 이체확인증 등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금전거래를 할 때 차용증을 받아 두면 나중에 다툼을 방지할 수 있다. 정말 친한 사이라서 차용증을 요구하기 힘들다면 돈을 현금으로 빌려주지 말고, 빌리는 사람 명의의 은행계좌로 이체하면 도움이 된다. 이체확인증은 돈을 빌려 준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유력한 간접적인 증거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용증이나 이체확인증이 없다면 돈을 빌려 줄 당시 이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의 진술서를 받는 것도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지급명령 신청

지급명령 신청을 하는 것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지급명령 신청은 소명 또는 심문 절차 등의 과정을 밟지 않고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만으로 채권자의 주장을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때문에 민사소송에 비해 절차가 간단하다.

채권자가 청구 취지와 청구 원인 등을 적은 지급명령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돈 받을 것이 있다'는 사실을 각종 증거를 통해 증명하면 법원에서 검토 후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대신 명령해 준다.

법원 종합민원실을 직접 방문해 접수하거나 인터넷 접수(전자독촉), 우편 접수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인지 및 송달료 등 소송비용도 납부해야 한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뒤 2주 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 확정되지만 채무자가 법원의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 민사소송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확정된 지급명령은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지급명령이 확정됐는데도 채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임의 처분을 금지한 뒤 이를 환가해 강제로 채권을 챙기는 강제집행절차를 밟을 수 있다.

◆내용증명 우편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우편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특수우편제도다.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떤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우편으로, 소송을 앞두고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소송 의사가 없더라도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소송 의사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충분히 겁을 줄 수 있어 효과가 적잖다.

그러나 내용증명 우편은 채무자의 일방 주장일 뿐이어서 강제력이나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고, 민사소송을 할 때도 유력한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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