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이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북대가 지난해 시도한 '학사조직 개편 연구 안'이 학내 반발로 사실상 무산되는 과정은 여타 지역 대학에 구조조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조조정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것.
경북대는 2008년 상주대와 통합 후 유사학과가 중복 운영되고, 곧 닥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론이 일면서 대학본부가 나서 2011년 9월부터 '학사조직 구조 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연구 안이 공개되자 학교는 벌집 쑤신 듯했다. 이 연구 안은 ▷글로벌인재학부 폐지 및 자율전공부로 통합 ▷사범대 독어'불어교육 전공의 인문대 통합 ▷사범대 유아교육과 신설 ▷생활과학대, 과학기술대학 중복학과 조정 ▷행정학부의 사회과학대 통합 ▷경영학부의 '경영대학' 독립'신설 등 11개 항목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개편안에 따른 학과 통'폐합 대상이 된 학과 간, 단과대학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지난해 5월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교수와 학생, 학부모들은 대학본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심지어 글로벌인재학부 학생'교수들은 흰색 머리띠를 두른 채 백지화를 요구했고, 사범대 독어'불어교육전공의 인문대학 통합에도 반대 목소리가 쇄도했다. 이 때문에 상주캠퍼스의 보건복지학부를 본교 사회복지학과에 통합시키는 대신 상주캠퍼스에 축산대학 신설, 융복합시스템학부 신설 등을 끝으로 유야무야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대의 한 교수는 "각 단과대학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절대 놓으려고 하지 않더라"며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한 사립대교수는 "리더십이 사립대에 비해 약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경북대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태"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경북대 교무처 관계자는 "연구 안이 폐지된 것은 아니고 지속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며 "각 학과나 학부의 의견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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