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개된 국정원 대화록, 원본과 다르다"

참고용 폐기후 2008년 다시 작성…정치 상황 따라 왜곡·첨삭 가능성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10월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과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곧바로 대화록을 작성, 2부를 청와대에 보고한 후 1부를 참고용으로 보관하다가 폐기했지만 대선이 끝나고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 중이던 2008년 1월 3일 '대화록'을 다시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공개된 2008년 1월에 작성된 대화록은 당시의 정치상황에 맞춰 왜곡되거나 첨삭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 정보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화록을 참고하고 파기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파기된 대화록을 2008년 1월 재작성한 것은 당시 국정원장이던 김만복 씨나 더 윗선의 지시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과는 상당 부분이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화록을 재작성한 것 자체가 불법이므로 누가,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대화록을 재작성하게 했는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도 "당시 작성된 대화록은 청와대가 국가기록원에 보낸 것 외에는 파기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정원 측이 2008년 1월 재작성, 인수위에 보고하면서 (대화록의) 존재가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당시 국정원장에 재임 중이던 김만복 씨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는 내가 국정원장에 재임하던 시기였는데도 2008년 1월에 작성된 사실조차 몰랐다"며 "나는 분명히 2007년 10월에 작성, 청와대와 국정원 각각 1부씩 보관하도록 하고 국정원 간부에게 '나머지는 전부 파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정원 측은 "2007년 10월 것은 청와대에도 보고됐으니 국가기록원으로 가져갈 수도 있으나 2008년 1월 작성된 것은 청와대에 주지도 않은 '국정원 원본'"이라며 공개된 대화록이 '국가기록원본(本)'과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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