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트레스 날리는 2단 옆차기 "아이들이 밝아졌어요"

범물중 샌드백 설치 효과

3일 대구 범물중학교 점심시간. "퍽, 퍽…" 교내 '드림 존'에 설치된 샌드백이 요란하게 흔들린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2개의 대형 샌드백 앞에 모여 힘차게 주먹질한다. 어떤 학생은 태권도 자세로 이단 옆차기를 날린다. 한 여학생은 주먹으로 마구 치더니 화가 안 풀린 듯 치마 차림으로 샌드백을 걷어찼다. 샌드백은 점심시간 내내 이곳을 오가는 학생들의 주먹질과 발길질로 난타당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 샌드백이 설치된 것은 지난 4월 말. 학교 측이 학업과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배려해 반짝 아이디어로 설치한 것이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지시와 규제만 강요하고 소통에는 소홀했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발산하는 창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샌드백이 떠올랐어요. 샌드백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난타하고 발산할 수 있죠." 이수열 교장의 말이다.

샌드백을 설치한 지 2개월여 지난 지금, 학교에 변화가 찾아왔다. 화장실에 담배꽁초가 눈에 띄게 줄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사물함이 파손되는 일도, 욕설 섞인 낙서도 보기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교사를 대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최승조 학생부장은 "샌드백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적극 소통하려 한다는 신뢰감을 준 것 같다"며 "요즘 아이들의 정서가 많이 순화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매월 21일을 '둘이 하나 되는 날'로 정하고 교사들이 등교하는 학생들과 하이파이브, 프리허그로 스킨십을 나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교장과 교감이 산타할아버지로 변장해 선물 보따리를 메고 교실을 찾아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교내 건물 외벽에 클라이밍 연습장을 만들 계획이다.

'샌드백 효과' 때문일까.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31건의 교내폭력이 접수됐지만 올해는 지금까지 1건에 그치고 있다.

글'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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