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훈학원 이사장인 김하주 씨가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고 그 자녀들의 성적을 조작해 영훈국제중에 입학시킨 혐의로 3일 구속됐다. 김 이사장은 이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려고 법원에 나올 때 구급차 간이침대에 실려 얼굴엔 마스크를 쓰고 팔엔 링거까지 꽂았다가 구속이 결정되자 환자복 위에 양복저고리를 걸쳐 입고 걸어 나왔다. 판사 심문을 받고 대기하는 동안 휠체어에 앉거나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통보를 받자 말없이 일어나 걸어 나왔다고 한다.
'중환자 출두 쇼'는 정'관'재계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검찰이나 법원을 들락거릴 때 익히 봐왔던 모습들이다. 1999년 한보 비리 사건의 당사자였던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휠체어를 탄 모습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선애 태광 상무, 이윤재 피죤 회장 등이 중환자 퍼포먼스 대열에 합류했다. 처음엔 휠체어를 타다가 최근에는 구급차에 실려 오는 등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평소에 멀쩡하던 이들이 중환자로 변모하는 것은 동정심에 호소, 선처를 바라거나 구속을 면해 보려는 의도 때문이다. 그러나 비루하고 역겨움을 불러일으켜 시중 여론은 오히려 냉담해져 조롱을 퍼붓고 비아냥댈 뿐이다. 중환자 출두 쇼 외에 감옥행을 피하려는 다른 꼼수도 일정하게 나타난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미루려고 하거나 수감 생활 중 보석이나 형 집행정지를 노리고 병 치료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다.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은 전자의 경우이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와 여대생 청부 살해 죄로 복역 중인 중견기업 회장 부인 윤 모 씨는 후자에 해당해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꼼수는 점점 통하지 않고 있다. 중환자 행색으로 출두하는 것과 관계없이 검찰과 법원은 법 적용을 갈수록 엄격히 하고 있고 형 집행정지 심사 방식도 강화하기로 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뿐만 아니라 '유전편의 무전불편'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이 활발해짐에 따라 법망의 틈을 촘촘히 메워 가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중환자 출두 쇼가 줄어들거나 없어질 때 '불편한 진실'이 개선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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