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 세상 별난 인생] 퍼즐 마니아 김세연 양

500조각 명화 30분 내 뚝딱…눈 감고 맞출 정도

김세연(14'대구중학교 2년) 양은 퍼즐 광이다. 퍼즐에 빠져 산다. 틈만 나면 퍼즐을 즐긴다. 공부하는 중간에 잠깐 하는 친구들과는 다르다. 잠 자기 전 잠깐 하다 잔다는 것이 새벽이 밝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저의 유일한 취미예요. 무엇보다 재미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공부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해봐요. 그건, 너무 슬퍼잖아요."

세연 양이 하는 퍼즐은 '직소 퍼즐'(jigsaw puzzle)이다. 불규칙한 모양 조각으로 나누어진 그림을 원래대로 맞추는 퍼즐이다. 주로 세계의 명화 맞추기다. 500조각 명화의 경우 20, 30분이면 후딱 해낸다. 퍼즐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퍼즐은 사실 눈이 아니라 머리로 해요. 그래서 이것을 할 때는 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생각이 정리가 되죠." 세연 양은 퍼즐은 자신과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타인을 견제할 필요도 없고, 시간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싫으면 언제든 덮어둘 수 있다. 세연 양은 "생각이 게임으로 승화된 가장 좋은 도구가 퍼즐"이라고 설명한다. 퍼즐을 하다보면 복잡한 생각도 정리되고 풀린다고 했다.

퍼즐을 처음 시작한 5년 전에 1시간 30분 이상 걸린 작품을 이제는 20~30분이면 해낸다고 했다. 눈 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다고 했다. 집 안에는 세연 양의 퍼즐 작품으로 도배가 돼 있다. 방에도 거실에도 더 이상 걸어 둘 공간이 없을 정도다. 이웃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한 작품도 많다. 돈 줄테니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위 사람도 많다고 했다.

세연 양은 "퍼즐을 맞추며 스트레스를 잊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차분하게 한 조각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춰갈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연 양이 직소 퍼즐 맞추기를 하는 것은 이런 안정을 찾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하나 하나 퍼즐이 맞아 들어갈 때의 손맛과 퍼즐을 완성하고 지켜볼 때의 기쁨이 더 크다"며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방마다 퍼즐들을 펼쳐놓고 맞춘다"고 했다.

퍼즐 맞추는 방법도 공개했다. "퍼즐을 맞출 때 테두리부터 맞추고 또 색깔별로 구분해서 맞추는 것이 쉽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현재 시중에 다양한 퍼즐 제품들이 나와 있다. 그는 "퍼즐 제품들 중에 한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제품들이 있고 그림의 종류도 다양한데,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명화를 좋아해 지금 가지고 있는 퍼즐의 70~80%가 명화 퍼즐"이라고 했다. 또 "반 고흐, 샤갈, 르느와르 등의 작품들을 퍼즐로 맞춰갈 때면 그냥 그림을 바라볼 때와는 다르게 그림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완성된 모습을 지켜볼 때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 "직소퍼즐은 조각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억지로 맞출 수 없습니다. 하나를 잃어버리면 완성이 안 되는 것이죠. 학교에서의 공부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연 양은 자신의 취미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못 맞춰본 브랜드와 재질의 퍼즐을 맞춰보고 싶다"며 "앞으로 그림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퍼즐 그 자체로 조각을 맞춰가야 하는 '백색퍼즐'을 하면서 퍼즐 맞추기에 대한 보다 더 깊은 재미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세연 양은 3D퍼즐도 한다. 3D퍼즐은 퍼즐을 입체화시킨 새로운 느낌의 퍼즐이다. 작품도 물방울과 성(castle), 오리, 보물섬 등 다양하다. 그는 "완성 후에는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퍼즐을 좋아하는 세연 양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어머니와 할머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죠. 한창 공부할 나이잖아요.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세연 양은 공부를 잘 하는 편에 속한다. 전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공부가 안 될 때 주로 하는데, 퍼즐에 너무 빠져서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세연 양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세연 양의 취미는 퍼즐 맞추기 외에 하나 더 있다. 그림 그리기다. 세연 양의 장래희망은 만화가. 시간만 나면 퍼즐도 즐기지만 틈만 나면 그림을 그린다. 세연 양은 둘 다 만화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퍼즐도 하고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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