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SBS TV 주말극 '출생의 비밀' 홍경두 역 유준

"연기, 넌 안 된다" 말 많이 들어…그래서 더 열정적 활동

배우 유준상(44)은 최근 끝난 SBS TV 주말극 '출생의 비밀'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 홍경두를 향한 연민이 강해 보였다. 그는 절대로 홍경두가 '바보'거나 '멍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가 거듭될수록 홍경두를 바라보는 긍정적이지 않은 시청자들의 시선이 낯설었다. 특히 스토커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가 됐다.

"드라마하면서 오랜만에 욕먹어 봤어요. '바보 같다'고도 하고, '스토커냐?'는 얘기도 들었네요. 초반에는 상대 여배우를 막 대하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분명히 홍경두를 이해할 거라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웃음)

유준상은 극 중 천재 딸을 기르는 무식한 아버지로 등장했다. 자신과 관련한 기억을 잃은 여자 정이현(성유리)을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했다. 막무가내 같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은 결국 통했다.

★시청률 낮았지만 좋은 드라마 출연 보람

사실 그는 초반 홍경두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총 18부에서 앞부분만 보고 참여했다. 홍경두가 변화되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어떤 전개를 보일지는 매주 작가에게 물어봤다. 그는 드라마가 "산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았는데 작가님이 주위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앞으로 나아갔다"고 좋아했다.

유준상은 흥행은 되지 않았지만, 호평받은 드라마라서 그런지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시청률이 낮다고요? 그동안 겪어온 게 많아요. 예전이면 아쉬워했을 텐데 5%, 2.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도 했었어요. 좋은 드라마를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아쉬움과 후회가 없어 좋아요. 다만 제목이 막장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어 '안아주세요'라고 바꾸려고 했는데 선정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심의 결과에 다시 '출생의 비밀'이 돼 작가님이 제목을 바꾸지 못한 걸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유준상은 "시청률이 낮아도 인터뷰할 수 있고, 기사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웃었다. '출생의 비밀'을 향한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작품이 끝난 뒤 PD와 스태프 등에게 자신이 출연한 뮤지컬 '그날들' 공연에 사비를 털어 초대했다고도 밝혔다.

유준상은 '출생의 비밀'에 출연하면서 '그날들'도 함께했다. 몸이 한 개로는 부족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스케줄이 바빴지만 '출생의 비밀' 현장이 무척이나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유는 성유리와 갈소원이 있었기 때문. 유준상은 "유리와 소원이는 힐링녀"라며 "이 두 사람만 같이 있으면 밤새 촬영을 해도 안 힘들다"고 웃었다.

"유리는 일단 밝아요. 대사가 많은데 NG를 안 내요. 그건 소원이도 마찬가지고요. 소원이도 책임감이 정말 대단해요. 유리 같은 경우는 상대의 스케줄을 다 맞춰주며 찍어줬어요. 보통 여배우들은 안 그런데 한 신 찍으려고 현장에 와줬죠. 또 연기 논란 없을 수밖에 없는 게 정말 연기를 잘하잖아요."

유준상은 다만 성유리가 아이를 낳지 않아봤으니 아이를 낳는 장면에서 조언을 했다고 기억했다. "'유리야, 힘을 더 줘야 한다. 아이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힘을 더 줘. 힘을 내 유리야. 으아아아~~'라고 했어요.(웃음) 그런데 극 중에서는 본인이 아이 낳는 걸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엄마가 아닌 게 더 몰입이 잘 된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와 떨어지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그는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간다. 우리 애들 입에 밥 들어간다는 대사가 내게는 위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는 그가 열정적으로 연예 활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대학교 때 교수님이 제게 '연기자로는 힘들겠다'는 얘기도 했고, 여기저기서 '넌 안 된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그만 두라'고도 했죠. 그런 얘기가 자극이 됐어요. 당시 군대에 갔다 복학했고 아버지도 돌아가신 상황이었죠. 느닷없이 가장이 됐던 때거든요.

사회생활을 하며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았어요. 단역 생활하며 잘 되다가도 안 되기도 하고 별의별 일을 다 거쳤죠. '이건 이렇구나' '또 저건 저렇구나' '이런 자세는 변함없이 가져가야 하는구나' 등의 생각을 했어요. 30대 초반 잘 나갔을 때 우쭐했을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 되니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게 몸에 배면서 일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됐죠."

유준상은 몸이 한 개로는 부족한 연기자다. 대학로에서 군장대 뮤지컬학과 겸임교수까지 한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배우로서 말고도 가르치는 게 재밌더라고요. 학교에서 훈련받고 사회에서 경험한 것들을 아이들한테 알려주죠. 수업시간에 동물원이나 전시회도 가요. 동물 행동 따라 하기 같은 걸 과제로 내주기도 하죠. 즐거워요. 하하하."

★아내 홍은희와 출연? "애는 누가 보나"

유준상은 예순이 되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특히 자신을 있게 해주고, 오래전부터 활동해온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은 하면 할수록 힘들어요. 부담도 많이 되고요. 제 나이에 신경을 써야 할 게 많거든요. 컨디션 난조 탓에 가사가 생각 안 나기도 하는 등 스트레스도 많지만 그걸 이겨내고 커튼콜 하는 순간이 좋아요. 5분도 안 되는 시간 때문에 2시간 40분을 공연하지만 그때 안도할 수 있고, 기분도 최고죠. 또 뮤지컬에서 훈련된 게 영화와 드라마에 도움이 됐다고도 생각해요. 40대 중반에 활동할 수 있는 것도 큰 복이죠.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연습을 해요."(웃음)

아내인 홍은희도 배우로 활동 중이다. 같은 작품에 출연할 생각은 없을까? 유준상은 "같은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걸로 합의했다"며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몰입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중요한 이유를 댔다. "아이들은 누가 봐요. 아내와 제가 번갈아가면서 봐야 해서 같이 작품 활동을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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