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좀 더 놀아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된 캠핑이 벌써 5년이 됐다. 그전에는 주말이면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독점해 TV에 빠지거나 주말 모임에 나가 하루를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의 불평은 대단했다.
캠핑을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우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캠핑은 한 주의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힐링 그 자체가 됐다.
아이들은 좁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푸른 하늘과 산을 바라보고, 물놀이를 했다. 고디(다슬기)를 잡으며 자연과 친구가 되어 갔다. 한 번은 아들의 일기장을 본 적이 있었다. 내용의 반 이상이 캠핑과 관련된 것이었다. 담임 선생님도 일기장을 검사하면서 '재욱이는 아빠랑 매주 캠핑을 가서 너무 좋겠구나'고 썼다.
그만큼 우리 가족의 캠핑은 주말의 일상이 되었다. 큰애는 내년이면 중학생이 된다. 그리고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아이들의 캠핑 경력(?)이 쌓이면서 이제는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한다. 예를 들면 자기가 사용한 침낭 정리하기, 엄마를 도와 설거지하기, 아빠와 함께 텐트 치기, 짐 나르기 등등….
캠핑 초기에는 혼자 끙끙거리며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이젠 아이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 혼자 땀을 흘리며 짐을 옮기고 텐트를 치고, 음식을 하고, 다음 날이 되면 다시 텐트를 걷고 짐을 나르고….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빠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하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의자에만 앉아 있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고는 아이들이 물었다. "엄마, 아빠 내가 도울 일 없어요?"라고. 마냥 부모에게 받을 줄만 알고, 또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 줄 알았는데, 아빠, 엄마를 도와서 무엇이라도 하려고 하는 두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흐뭇해졌다. 이러니 내가 캠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캠핑을 가면 처음 보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린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교감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아이들에게는 예외인 것 같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쩌면 참 중요한 것인데, 이런 기회가 없었기에 현재의 아이들이 사회성이 결여되고, 왕따가 생겨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부모가 조금만 신경 쓰고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은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습득해가지 않을까?
캠핑 하나로 이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부모의 관심과 교감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배우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이보다 더한 참된 가정교육이 없을 것이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야 되고 학원을 마치면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 등 잠시도 여유가 없다. 그리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길 더 원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도 캠핑을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 시간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다행히 아내도 같은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주진 못하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한 많은 추억들을 물려주고 싶다. 내가 부모님께 받은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듯, 아이들도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한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짐을 꾸리고 캠핑 갈 준비를 한다.
"아들, 딸아 준비됐나?" "준비됐심더." "그럼, 렛츠 고!"
손명수(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부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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