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결혼 이야기] 소(少) 공주, 노(老) 공주

딸만 셋을 두신 아빠는 우리를 공주라 부른다. "우리 공주님들 뭐하니?" 하면서 유달리 장난을 걸곤 하시는데, 옆에서 지켜보시던 엄마가 샘이 나서 "딸한테 하는 것 반만 마누라한테 해 보이소. 맨날 업어주겠다"라며 핀잔을 주셨다. "아 그럼 당신도 공주 해." "엎드려 절 받기네. 그런 공주 안 할랍니더." "우리 공주님들은 젊으니까 소(少) 공주님이고, 당신은 늙었으니 노(老) 공주라고 부를게." 이리하여 아빠는 소 공주, 노 공주 하면서 현관문을 들어선다.

얼마 전, 바빠서 초과근무를 하며 방 청소를 하지 않고 왔다는 생각에 아빠께 청소를 부탁드렸다. 아빠는 흔쾌히 대답하셨고, 열심히 방 청소를 하셨던 모양이다.

오후 9시쯤 전화하신 아빠, "미야, 너 이 사진 뭐니? 이 남자 누구야?" 하시는 거였다. 아뿔싸! 서랍 속에 있는 오빠(?)랑 단둘이 찍은 사진을 보셨던 모양이다. 아빠의 실망스런 표정과 배신감을 느꼈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정말 죄송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무 말씀 않으시고 살포시 껴안아 주셨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셨다. "처음 사진을 보는 순간 정말 섭섭했다. 아빠에겐 비밀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리고 이내 '내 딸이 벌써 이만큼 컸나?' 하는 생각에 대견스럽더라" 하시며 어깨를 토닥여 주셨다.

언제나 내 편인 아빠, 휴일이면 소 공주, 노 공주 데리고 나들이 가고 싶어 하시는 아빠. 아빠는 네 여자를 좋아하지만 나는 아빠만 좋아해요. 너무 섭섭해하지 마시고 언제나 격려해 주셨으면 해요. 사랑해요 아빠. 선미 올림.

최선미(대구 북구 팔달동)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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