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구를 사랑한다. 오늘도 대구의 중심 동성로를 걸으며 대구의 가치와 활기를 느끼면서 동성로 커피숍에 들러 대구를 호흡하며 산다. 돌아보니 십여 년 훨씬 넘게 해오고 있는 일상이다.
그동안 많은 교감을 나눈 동성로 상인들과 웃으며 인사를 하고, 가끔은 진화하는 시내 골목 이야기도 나누며 동성로 이웃들과 같은 걱정, 같은 고민을 하며 오늘도 시내 골목길을 거닐어 본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 볼거리, 먹을거리, 흥미로운 거리 문화가 사람들을 유혹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곳. 대구 사람들이 '시내'라고 말하는 대구의 중심 동성로다. 지치지 않고 싫증이 나지 않는 곳이다.
대구사랑과 자긍심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에 동성로의 특색 없는 건물들과 간판들, 상가 모습, 그리고 상인들의 힘 빠진 모습들이 어둡게 프린트되고 있어 왠지 편치 않다.
"동성로가 살아나지 못하면 대구는 살아나지 않는다!" 도심 속 중심, 대구의 마스코트 동성로! 지금 동성로는 많이 아프다. 아니 위기다. 동성로를 매일 보며 가슴이 너무 아프다. 지방도시 어느 곳에나 있는, 그런 평범한 도로가 되어버린 듯한 동성로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여기저기 '임대'라고 크게 종이가 붙어 있는 빈 점포, 임시로 몇백원짜리 양말, 천원짜리 속옷들을 계속해서 팔고 널려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속상하다. 이래서야 동성로의 부활이 가능할까? 주말과 이벤트 축제기간에도 기대했던 '특수'는 없다. 사람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단다. 동성로에는 요즘 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붕 위의 버려진 타이어, 옥상 위의 헌 가구들, 그런 구겨지고 버려진 모습들이 동성로라는 기막힌 브랜드를 흐리고 있다.
'외국인이 뽑은 최고의 명소' 리스트에서 항상 1'2위를 다투는 곳은 서울 명동이라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화장품 거리, 패션, 길거리 음식, 걸어다니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명동거리다. 대구에는 명동보다 반듯하고 뒤지지 않는 동성로가 있다. 대구도 국제도시가 된 지 오래다. 동성로에서 일본, 중국, 파란 눈의 관광객들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고, 주말이면 동성로 한 골목길에는 항상 외국인들의 파티가 이어진다. 대구를 찾는 외국인은 누구나 동성로를 둘러본다. 자유와 즐거운 커뮤니티가 더욱 흥분시키는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2년여 전 대구의 큰 길, 작은 길을 걸으며 느낀 시상을 담은 "젊은 골목길"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그 시집을 보고 서울을 비롯하여 여러 곳의 지인들로부터 "대구 골목"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반응이 왔다. 우리 동성로도 만들기에 따라, 그려내기에 따라 전국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만나는 사람마다 '동성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동성로의 중요성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꼭 하고 대답을 들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예전의 다이내믹하고 화려했던 동성로가 그립다. 거리문화의 활성화를 원한다. 너무 볼 것이 없다. 있을 것 다 있고 화려하지만, 특색이 없는 동성로가 아쉽다. 이것이 시민들의 목소리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누구의 탓이 아닌 것도 아니다. 민'상'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 많은 생각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서울 명동은 빈 공간, 빈 골목이 하나도 없다. 동성로는 아직 공간과 공감, 그리고 영감이 살아남아 있다. 온갖 자유가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게 골목골목 구석구석에서 오늘도 창작과 창조는 진행형이다.
동성로와 함께 대구는 큰길, 작은 길, 길의 도시다. 그 많은 길에 수많은 사연과 정경이 있다. 최근 외국인들은 한국의 운치 있는 정경은 골목길과 전통마을이라는 말을 부쩍 많이하고 있다. 대구의 특색, 그런 전통미 넘치는 골목길과 활기 넘치는 다운타운 동성로. 이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있는 정감 있는 대구로 재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성로와 그 사이사이 골목길은 대구의 잠재적 힘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오정미(시인)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대선 출마하나 "트럼프 상대 할 사람 나밖에 없다"
나경원 "'계엄해제 표결 불참'은 민주당 지지자들 탓…국회 포위했다"
홍준표, 尹에게 朴처럼 된다 이미 경고…"대구시장 그만두고 돕겠다"
언론이 감춘 진실…수상한 헌재 Vs. 민주당 국헌문란 [석민의News픽]
"한동훈 사살" 제보 받았다던 김어준…결국 경찰 고발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