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마을운동, 세계의 희망으로] (1)프롤로그: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 근대화의 '초석'이 저개발국가 빈곤 탈출 '디딤돌'로

탄자니아 아저씨도, 에티오피아 아줌마도, 르완다 아이도, 필리핀 청년도, 베트남 아가씨도 쓰는 입말은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새마을'이라 부른다. 새마을운동의 상징인 새싹이 그려진 옷을 입고, 새마을회관에서 공부하고 토의하고,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한다.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양보하는 것. 지금 흘리는 땀방울이 미래를 향한 투자임을 인식하는 것. 모두 새마을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어난 변화들이다.

한국 근대화의 초석이었던 새마을운동이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을 퇴치하는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스스로 잘살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운다'는 원칙은 단순한 재정원조에 그쳤던 기존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새마을운동이 한국형 공적개발원조 모델로 각광받는 이유다.

특히 경상북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새마을운동 해외보급사업의 중심으로 적극적인 세계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은 현재까지 6개국 16개 마을에 새마을봉사단을 파견하고 시범마을을 조성했다. 저개발국가의 지도자를 초청해 새마을연수 교육을 하고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국제학술대회도 수차례 열었다. 경북도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급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도와 KOICA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 및 아시아 등 5개국의 새마을운동 현황과 과제, 국내 새마을 관련 연구 현황 등을 20회에 걸쳐 살펴본다.

◆자생력을 키우는 새마을운동

지난달 16일 찾은 아프리카 중부 르완다 무심바 마을. 주민 20여 명이 모두 손에 괭이를 들고 땅을 파고 있었다. 새마을회관 앞마당에 다목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주민들은 강렬한 아프리카의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쉬지 않고 몸을 놀렸다. 땅을 파내 높이를 맞추고 파낸 흙을 낮은 곳에 쉼 없이 가져다 붓는 작업. 중장비가 있으면 2시간 정도면 끝날 일이지만 오직 사람의 손으로 한 달에 걸쳐 작업을 계속한다. 힘들지만 불만을 털어놓는 이들은 없다.

"함께 일을 하면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마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어요." 주민들은 이구동성이다. 새마을운동을 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변화다.

새마을운동은 저개발 농촌 마을에 학교나 보건소 등 부족한 시설을 짓는 데 끝나지 않는다. 새마을운동이 바꾸는 것은 주민들의 생각이다. 해 뜰 무렵 잠시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소를 먹일 풀을 베어온 뒤 하루종일 그늘에 앉아 잡담을 나누는 것이 이들의 일과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랬던 주민들에게 일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빈곤이 대물림되는 고리를 끊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것. 수많은 해외 원조와 NGO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새마을운동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이는 힘을 모으면 더욱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제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속에 심어줬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돈은 처음이에요." 스물여덟 살 르완다 청년이 손에 쥔 2만프랑. 우리 돈 3만6천원이 태어나서 만져본 가장 큰돈이라는 이 청년은 벼농사를 지으며 내일을 꿈꾸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경북도가 저개발국가에 보급하는 새마을운동의 주요 사업은 ▷새마을리더 봉사단 해외 파견 및 시범마을 조성 ▷ 대학생 해외 새마을봉사단 운영 ▷외국인 지도자 새마을연수 ▷한국형 밀레니엄빌리지 조성 사업 등으로 나뉜다.

경북도는 지난 3년간 새마을봉사단원 341명을 6개국에 파견해 16개 시범마을을 조성했다. 올해도 KOICA와 함께 사업비 11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5개국 15개 마을에 새마을봉사단 90명을 파견한 상태다. 경북도와 KOICA, UN 산하 MP(밀레니엄 프로세스)재단, UNWTO ST-EP재단 등은 공동으로 우간다와 탄자니아 등 2개국 4개 마을에 한국형 밀레니엄 빌리지도 조성 중이다.

또 2005년부터 전 세계 저개발국가 62개국에서 지도자 2천467명을 초청해 새마을연수를 실시했다. 새마을연수를 받은 마을 지도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새마을운동의 씨앗이 된다. 이들은 새마을봉사단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언어 차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단원들을 대신해 현지 주민들을 조직하고 설득한다. 각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봉사단원들도 파견 대상국의 현지 지도자 및 공무원들과 함께 교육을 받으며 현지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개발한다.

시범마을에서는 우선 새마을회관 건립과 부엌 개량, 마을 안길 확장'포장 등 기본적인 환경개선 사업이 진행된다. 저수지 준설과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전수, 가축분양(Cow Bank) 등을 통한 소득증대사업 등도 뒤따른다. 에이즈와 풍토병 예방을 위한 보건증진사업, 청년회'부녀회 등 새마을조직 육성 및 의식교육 사업 등도 이뤄진다.

향후 경북도는 해외 거점지역에 '새마을 연수'보급센터'를 설립해 현지 실정에 맞는 민'관'연 협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경북도내 새마을연구소 등과 연계해 현지 새마을사업을 총괄하는 실행 센터를 구축하고 실정에 맞는 새마을모델을 발굴, 보급할 방침이다.

◆성공적인 새마을운동의 난제 극복 과제

아직 새마을운동은 보급 단계다. 또 모든 시범마을에서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난제들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서도 적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환경, 기반시설이 달라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의 의지와 새마을봉사단원들의 역량에 따라 새마을운동에도 온도 차가 존재한다. 단 1년 만에 마을 사람들의 인식이 몰라보게 바뀌는 곳도 있지만 문화적 충돌을 겪으며 마을 사람들과 갈등을 빚거나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 '공동체'나 '협업'의 개념이 약한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크고, 철저하지 못한 수요조사와 천편일률적인 사업 내용으로 투입된 노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언어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주민들과 새마을봉사단원 간의 불신이 쌓이거나 부족한 현지 정보로 인해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갈등을 빚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 새마을봉사단원들이 파견 전에 이수하는 사전 교육이 실용적이지 못하고 부실하다는 원성도 적지 않다. 1년 단기 봉사를 하는 20대 봉사단원들이 수천만원의 사업비를 운용하며 단기간에 사업 성과를 내야 하는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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