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구소방본부는 '돌발 재앙 막자! 행사장 실내폭죽 사용 엄격 제한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은 "행사장 분위기 고조를 위한 폭죽사용으로 올해 6월 EXCO 컨벤션홀 폭죽사고 등 최근 3년간 대구에서 화재 등 안전사고가 10여 건이나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실내 폭죽 사용으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대구소방안전본부는 대구지방경찰청 등 유관기관 협조를 통해 화재 등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6월 EXCO 컨벤션홀에서 폭죽사고가 났다면 매일 사건'사고를 체크하는 기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6월 EXCO 컨벤션홀 폭죽사고 기사가 있었는지 검색했지만 없었다. 대구소방본부에서 보도자료 안에 사례로 넣을 정도의 사건이라면 대구소방본부 담당 기자들이 모를 리 없을 텐데 기사 한 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대구소방본부 측에 6월 EXCO 컨벤션홀 사고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요청했다. 알고 보니 지난달 22일 EXCO 5층 컨벤션홀에서 대구지구청년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개회선언 때 폭죽을 터뜨리면서 화약이 터지고 남은 잔해물이 스피커 철망 속으로 들어가면서 연기가 발생한 사고였다. 자료에 따르면 행사진행 요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생수를 이용해 불을 꺼서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다.
실내 행사에 폭죽 사용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고 향후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야 소방본부가 응당 할 일인데 갑자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고를 꺼내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알리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자료를 다시 살펴봤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내빈에 김범일 대구시장과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 등이 있었고 향후 조치 사항으로 '실내 행사 시 폭죽 사용 금지'가 '시장님 지시사항'으로 적혀 있었다.
대구소방본부가 이렇게 몸이 달아서 행사장 실내폭죽 사용 제한에 대한 홍보를 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신이 참석한 행사에 난 작은 사고 때문에 화들짝 놀라 당장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을 대구시장과 실내행사 시 폭죽사용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 없이 '엄격 제한' 사실을 홍보하는 데에만 급급한 대구소방본부의 모습에 대구소방본부가 대구시민을 위한 것인지, 대구시장을 위한 것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만약 대구시민들이 자신이 뽑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시민의 안위가 아닌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긴 듯한 모습을 보면 대구시와 대구소방본부에 실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