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삶에 대한 긍정' 스피노자의 가르침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이수영 지음/오월의 봄 펴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고, 철학 쪽으로 공부의 방향을 튼 저자의 인문학 저서다. 인문팩토리길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인간과 복지, 자활과 쉼터, 현장과 인문학 등 공동체의 아름다운 함께 살기를 위한 여러 개념들에 대해 분석하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섹슈얼리티와 광기'(2008), '미래를 창조하는 나-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9), '권력이란 무엇인가'(2009), '명랑철학-니체를 읽는 아홉 가지 키워드'(2011) 등을 저술했다.

저자는 야만의 극치 시대에 우리는 왜 '에티카'를 읽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철학에 주목한다. 그는 "철학자의 삶이란 무엇이고, 철학이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피노자의 '에티카'처럼 분명하게 보여주는 책은 처음"이라며 "삶에 대한 놀랄 만한 아름다움과 긍정으로 가득한 스피노자의 개념적 발명은 삶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해줬다"고 말했다.

저자는 대학교 2학년 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으리라'는 말로 유명했던 스피노자의 철학을 접했지만 그 속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고는 싶었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었다. 십수 년이 흘러 저자는 다시 이 책을 집어들고, 상세한 분석을 시작했다.

군주제와 전쟁을 옹호했던 대중들이 공화주의자들을 공격하고, 거리에서 살인을 감행할 때 스피노자가 내걸었던 문구가 있었다. '야만의 극치'. 저자는 이 문구가 우리 시대 한복판에 선명하게 걸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스피노자의 철학에 더 빠져들어 갔다. 스피노자는 모든 인간적 망상과 환상들을 깨트리는, 진정 망치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삶과 세계에 대한 긍정은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라 망상에서 벗어난 이성적 인식에 있다는 것, 이것이 스피노자의 가르침이다. 물론 이성이 반드시 신체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코기토'(사유의 인간)와는 다른 관점이다.

이 책은 제1부 신의 긍정성에 대하여(삶에 대한 위대한 긍정으로서의 신, 만물이 신 안에 거주하는 방식, 신에 대한 오해와 스피노자의 성서 해석학), 제2부 세계의 필연성에 대해서(신의 창조방식과 목적론 비판, 오직 하나의 세계, 그 천변만화의 필연의 세계), 제3부 정신과 신체의 본성에 대하여(심신 평행론과 반코기토적 신체론 등), 제4부 인간의 예속과 자유에 대하여(노예의 도덕과 자유인의 윤리학 등)로 구성돼 있다. 372쪽, 1만6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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