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25%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1인용 테이블이 설치된 1인 전용식당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1인 가구의 소비자를 뜻하는 '싱글슈머'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얼마 전부턴 홀로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담은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죠. 이젠 정말 혼자 사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온 모양입니다.
이런 '1인 가구'의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곳이 대학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많은 학생이 학업 때문에 본가를 떠나 기숙사나 자취 등으로 학교 주변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학교 앞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홀로 밥을 먹거나 과제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혼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어딘가 도시적이고 '여유로운 홀로'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은 '외로운 홀로'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같은 학과 동기라 할지라도, 4학년을 다 같이 다니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고시 때문에, 누구는 유학 연수 때문에 휴학하고, 또 누구는 대외 활동을 하느라고 학과 생활에는 전혀 참여하지 못하죠. '과'나 '동아리' 같은 대학 내 공동체는 해가 갈수록 사람들은 떠나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서 지냅니다.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나홀로족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개인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도와준 '통신혁명'을 지적합니다. 외로운 홀로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혼자 있어도 마치 여러 사람과 삶을 공유하는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죠.
요즘 SNS 덕분에 많은 사람이 '과도하게 연결되었다'고 흔히 표현합니다. 하지만 실은 '연결'되었다기보다는 서로 '관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페이스북이나 SNS를 통해서 '남'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정보는 늘어도, 실제 '연결'을 통해 정보만큼의 행동력이 늘어났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은 부분 '동기'를 얻습니다. 개인이 어떤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자기 주변 사람들의 영향과 반응이 저 멀리 있는 누군가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죠. 가장 원초적인 공동체, 가족처럼 개인이 속한 공동체는 그 외의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속한 공동체는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것입니다.
이를테면 제가 하고 있는 '모디'라는 잡지도 그렇습니다. 수익도 나지 못하는 잡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모디를 만드는 사람들'이란 공동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모디가 웹진이란 형태로 출발했거나, 모디를 만드는 사람들 자체에 아무런 인간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모디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무리'는 결코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무게감입니다. 또 이것은 결코 '좋아요'나 '리트윗'과 같은 상호작용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입니다. 살과 살이 맞닿고, 각자의 이야기가 나누어질 때만이 비로소 형성되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나홀로족이 할 수 있는 것은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이미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틀을 따르는 수준에 그치기 쉽습니다. 혼자서 뭘 하기에는 곧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하고, 새롭게 창조하고자 한다면 어느 순간 분명 다른 이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결국 홀로 잘 살 수 있다 한들 '여전히' 공동체는 필요한 것입니다.
요새 뜨는 말로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네트워크란 말보다 좀 더 구수하고 강하게 '무리'라 말하고 싶습니다. "무리를 만드세요." 그 '무게'를 직접 만들고 경험해보자고요.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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