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맞춰 소비자들이 섞어 만든 레시피가 뜬다.'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변형해 즐기는 '모디슈머'(Modisumer) 열풍이 식품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 변형하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여러 가지 제품을 접목시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소비자들을 의미한다. 특히 기존에 있던 식품의 조리법에 따르지 않고 재창조한 방법으로 새로운 맛을 찾는 모디슈머들이 늘면서 식품업계도 모디슈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라면시장을 뒤흔든 짜파구리
모디슈머의 대표주자는 '짜파구리'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넣고 끓인 음식을 말한다. 일반 라면 맛과 짜장라면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새로운 맛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년 전 한 대학생의 블로그를 통해 짜파구리가 소개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다가 올 2월 MBC의 '아빠 어디가'에서 캠핑 중 짜파구리를 만드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해당 방송 이후 너구리 매출이 전년 대비 58%, 짜파게티 매출은 20%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올 4월 라면 판매 현황을 보면 너구리 37.4%, 짜파게티 33.2%, 신라면 29.4%를 기록했다. 그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신라면을 짜파구리 재료인 너구리와 짜파게티가 넘어선 것이다.
농심은 짜파구리가 인기를 끌자 본격적으로 모디슈머 마케팅을 펼쳤다. 짜파구리의 유명세에 큰 몫을 한 윤후를 모델로 기용해 짜파구리 광고를 만들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구리 열풍으로 두 제품의 매출이 동반상승하는 좋은 효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짜파구리 마케팅을 통해 매출 상승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짜파구리 외에도 소비자들이 새롭게 개발한 모디슈머 레시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너구리와 떡볶이를 결합한 '너볶이'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징어짬뽕과 짜파게티를 함께 끓인 '오파게티'도 모디슈머 레시피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또 봉지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들어 먹는 일명 뽀글이 라면에 스팸을 넣은 스팸뽀글이, 방송인 붐이 소개해 유명해진 봉지째 잘게 부순 건빵에 우유와 별사탕을 넣어 먹는 붐플레이크 등도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식품업계 앞다퉈 모디슈머 마케팅에 뛰어들다
모디슈머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자 식품업체들은 기존 제품들을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드는 레시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레시피를 수용해 마케팅에 활용하면 다른 브랜드 제품이라도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맛밤'으로 영양간식을 만드는 쿠킹 클래스를 진행했다. 쿠킹 클래스는 기존의 맛밤제품을 활용해 맛밤'고구마 고로케 볼, 맛밤'초콜릿'너트쿠키,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밤 쉐이크 등 새로운 레시피를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CJ제일제당은 "출시 10주년을 기점으로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CJ 제일제당은 또 다이어트와 디톡스에 좋은 헛개를 베이스로 이용해 만든 믹스 음료도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믹스 음료는 깔끔하고 담백한 풍미를 갖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믹스음료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이 CJ 측의 설명이다. 지난여름에는 헛개수 믹스 음료가 생소한 소비자들을 위해 '헛개 트럭 카페'를 만들어 무료로 소비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홈페이지에도 레시피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는 컨디션 헛개수에 라임과 모히토시럽 등을 비율에 맞게 섞은 후 애플민트 한 줌을 음료 위에 올려주는 '헛개 라임 모히토', 블루 레몬 에이드와 헛개수를 섞은 '헛개블루레몬에이드', 헛개수와 꿀을 합친 '헛개 매실 꿀차' 등 다양한 응용 레시피가 등장했다.
팔도의 여름 인기 제품인 비빔면도 새로운 레시피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팔도는 TV 광고를 통해 비빔면과 참치를 곁들인 '참빔면', 비빔면과 골뱅이를 조합한 '골빔면' 등 이색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골빔면의 경우 예능프로그램의 밤참 메뉴로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 팔도는 "비빔면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인기를 끌고 있어 목표 매출액인 350억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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