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감정에서 출발하는 것은 피해를 주기 마련이다. 공연작품을 준비하는 이들은 아마 많은 감정을 갖고 시작할 것이다. 해보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 이해해주고 싶은 마음 등 어마어마하게 각자가 자기 직분에 맞게 감정을 안고 간다.
연출자는 작품을 풀어 해석하는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이런 각자의 감정을 적절히 풀어주는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다. 작품은 잘 풀려 가지만 그 속의 느낌을 표현할 수 없는 배우들의 감정 속에 흐트러짐을 집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연출자가 배우들의 그 감정 속 흐트러짐을 안다 하여 지적하더라도 상대방이 아니라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솔직해지자고 강조하지만, 그 미묘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란 아마 그 자신만이 알 것이다.
'또 척하지 말자'. 하는 척, 아는 척, 모르는 척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척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 역시 때론 척을 하고 있다. 솔직하다 해놓고 솔직하지 못하다. 왜일까? 상대방 마음을 장악하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때론, 모른다.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내가 다 알아야 마음이 놓이는 그런 욕심이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척을 할 땐 속 상하거나, 비웃음을 받기 싫어서, 지기 싫어서일 것이다. 좋은 차를 가진 친구가 기준에 별로라고 얘기할 때, 제 입장에서는 그 정도 차면 최상이지만 '별로'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 차도 없으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현실을 인정한다면 여유를 가질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자. 하지만, 인내하고, 척하지 말고, 거짓되게 하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감정보다 이성으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고 거듭 다짐해본다.
특정 공연을 하다 보면, 배우들이 정말 아는 것인지 아는 척을 하는 것인지 헛갈릴 때가 많다. 때론 화를 내며 말한다. '넌 지금 아는 척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그 경계는 모호할 때가 많다. 배우가 잘못 알고 있는지, 내가 배우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 아는 것.' 비단 공연작품에서뿐 아니라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진정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면서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꿰뚫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전에는 생계를 위해 업(業)을 하고, 오후에는 동성로에 위치한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저로서는 '척' 하는 삶을 살기 싫다. 진정성을 갖고 배우들과 소통하고 싶다.
이홍기 극단 돼지 대표, ho77077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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