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질병별 건강한 여름나기(상)

심혈관 질환자, 폭염에 과격한 야외 운동 치명적

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여름철 체온이 올라가고 지나치게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충분히 수분을 보충해주고, 무리한 운동을 삼가며, 조금만 불편감이 있어도 쉬어야 한다.
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여름철 체온이 올라가고 지나치게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충분히 수분을 보충해주고, 무리한 운동을 삼가며, 조금만 불편감이 있어도 쉬어야 한다.

평소 증세가 가볍더라도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무턱대고 여름을 즐기기가 쉽잖다.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 건강한 사람도 견디기 힘든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시기에는 뇌졸중'심근경색 등 혈관성 질환, 당뇨, 신장질환, 루푸스 등 만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3차례에 걸쳐 만성 질환 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땡볕에 과도한 활동 피하고, 충분한 수분 보충=대구시 동구 불로동에 사는 김건호(가명'67) 씨는 동맥경화 진단을 받았다. 7월 무더운 날씨에 김 씨는 동창생들과 함께 팔공산 산행에 나섰다. 동맥경화는 녹이 슨 수도관 안쪽이 점점 좁아지듯이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이 달라붙고 내피세포가 자라 혈관이 좁아지는 것이다. 혈전(피떡)이 혈관을 막게 되면 뇌졸중, 심근경색을 일으킨다.

김 씨는 동맥경화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뒤처지기 싫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걸었다. 폭염 속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등산하다 보니 땀을 무척 많이 흘렸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 오랜만에 즐겁게 운동했다며 콧노래를 부르면서 하산하던 중 갑자기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생겨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일어설 수 없었다.

흔히 여름철에는 뇌경색이 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7, 8월에도 뇌경색 발생빈도는 겨울철 못지않게 높다. 물론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뇌출혈은 여름철이 되면 현저히 줄어든다. 뇌경색(중풍)은 혈전이 미세혈관을 막는 것이고, 뇌출혈은 약해진 혈관 벽이 부풀다 못해 터지는 것을 말한다. 뇌출혈 발생은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져서 혈전이 생길 위험성이 매우 높다. 무더운 날씨에 지나친 신체활동을 하면 엄청난 체력소모가 생기고,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낮아져 지기 때문에 뇌의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좁아진 경우에는 혈전이 발생해 혈관이 잘 막힐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그만큼 혈전이 혈관을 막기 쉬워 뇌경색 위험성이 높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고령자는 한여름에 무리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낮에 일을 하거나 활동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운동 시작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땀을 흘리면 계속 수분을 보충해서 혈액이 끈적끈적해지지 않도록 한다. 외출할 때는 양산이나 모자를 써서 햇볕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심혈관계 질환, 땀 많이 흘리면 주의해야=대구시 서구 중리동에 사는 조병훈(가명'54) 씨는 2년 전 겨울에 협심증(심장에 여러 원인으로 피 공급이 줄고 산소와 영양 공급도 급격하게 줄면서 심장근육에 피가 모자라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으로 고생했다. 지금은 회복됐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 이어진 폭염 속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가끔 생기기 때문이다. 의사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말하지만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도 심장병이 발생할 수 있는지, 차라리 땀을 흠뻑 흘릴 만큼 운동을 해도 괜찮은지 궁금하다.

여름철 기온이 높아지면 체온도 올라간다. 이를 낮추기 위해 우리 몸은 피부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흘려 증발시킨다. 피부와 근육에 더 많은 피를 돌리려고 심장은 더 빠르고 강하게 뛴다. 흔히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등 혈관성 질환은 기온이 낮은 겨울에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여름에도 심혈관계 질환의 사망률은 높아진다.

특히 고혈압, 심부전증, 심혈관계 질환으로 치료 중인 환자들은 여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온에 땀을 많이 흘리면 우리 몸속에서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혈전이 혈관을 막는 뇌경색, 심근경색 위험도 높아진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량이 감소하고, 고온에 노출되면 심박 수가 빨라져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협심증을 악화시킨다. 심부전증 때문에 이뇨제를 먹는 환자의 경우, 혈액량이 급격히 줄고 전해질 이상이 생겨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도 더 커진다.

◆물은 여러 번 조금씩 마시고 지나친 운동 삼가야=심장병 치료를 받고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당뇨병, 고령, 고혈압, 흡연자)을 가진 사람은 여름철에 몇 가지 주의해야 한다. 먼저 충분한 수분 및 전해질을 섭취해야 한다. 땀을 흘리고 갈증이 날 때는 한꺼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보다 전해질과 미네랄을 함유한 음료를 조금씩 나눠 마셔야 한다. 운동 전 미리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 있어서 저염식사를 하는 사람도 한더위에는 염분 섭취를 조금 늘려야 한다. 카페인 음료는 가능한 피하는 게 좋다. 아울러 짜고 기름진 음식도 삼가고, 담배를 끊고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무리한 운동은 절대 금물이다. 물론 여름에도 적절한 운동은 필요하다. 생활에 활력을 주고, 신체 적응능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사량이 많은 오전 11시~오후 5시에는 몸에 무리가 가기 쉬우므로 야외운동을 삼간다.

여름에는 평소보다 운동량을 10~20% 정도 낮추고, 운동을 서서히 시작해 서서히 마무리한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수영이나 맨손체조 등이 좋다. 날씨가 선선한 밤 시간대에는 가벼운 걷기와 조깅 등을 즐기는 것도 좋다. 가급적이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운동한다. 조금이라도 불편감이 느껴지면 절대로 계속해서는 안 된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혈압과 맥박을 기록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혈압이 쉽게 떨어지거나 맥박이 변할 수 있다. 어떤 약물은 심장이 빨리 뛰지 못하게 해 체온조절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폭염이 지속될 때는 의사와 약물처방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영남대병원 신경과 이세진 교수, 순환기내과 박종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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