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 놀이시설 경비도 젊어야 한다?…이월드, 나이많은 비정규직 집단해고

"50, 60대 대신 20대 고용" 경비용역업무 업체에 요청…14명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이라는 이유로 나이 든 경비원들을 해고했습니다. 나이 든 경비원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나요?"

대구 달서구의 위락시설인 이월드가 경비원들을 집단 해고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나이가 많은 순으로 해고 통지를 했기 때문이다. 해고 사유는 계약 만료. 그러나 근본적인 해고 이유는 대외적 이미지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주로 찾는 놀이시설인 만큼 20대 젊은이들이 경비 업무를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이 든 비정규직은 아웃(Out)!

A(57) 씨는 최근 이월드 측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계약 만료가 이유였다. A씨에 따르면 이월드는 지난달 말 A씨를 비롯해 7명의 경비원과 7명의 미화원을 해고했다. 60세 전후 나이가 마지노선이었다. 경비원의 경우 전체 13명 중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은 3개월마다 갱신하는 근로 계약 탓이었다. 통상 경비원들은 경비용역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월드와 경비용역 계약을 한 B업체는 경비원들과 3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는 게 해고된 이들의 주장이다. 이월드는 경비원들의 계약 만료 즈음에 경비용역 업무를 맡고 있는 B업체에 "50, 60대 경비원을 대신해 20대의 젊은 경비원을 고용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미지 쇄신이 이유였다. 주 이용객이 젊은 층임에도 정작 출입구에서부터 나이 든 이들이 시설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짓게 돼 다소 꺼림칙하다는 것이었다. 해고된 이들이 해온 일은 경비업무, 환경미화뿐 아니라 입장객을 상대로 손을 흔들어주는 등의 인사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의 근로 형태는 주간 근무자 6명, 야간 근무자 7명이 주요 초소에서 일하는 구조였다. 주요 초소는 정문, 동문, 북문 등 이월드로 통하는 입구에 있다. 다만 야간의 경우 순찰이 포함됐다. 근무는 주야 맞교대로 12시간씩 근무했다.

◆안전사고 우려가 해고 이유

그런데 최근 주간 근무자 6명 중 3명이 해고됐고 남은 3명은 야간 근무로 근무 형태가 바뀌었다. 결국 나이 든 경비원들을 낮 시간대 근무를 못하게 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해고된 경비원들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이월드 측은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경쟁업체의 경우 젊은 직원들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환경미화 업무의 경우 무거운 쓰레기를 운반해야 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연령대를 낮췄다는 입장이다. 확인 결과 새로 채용된 경비원들은 30세 전후의 나이였다.

이월드 관계자는 "60대 후반의 경비원과 미화원들을 대신해 30대를 채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안전사고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이미지 쇄신을 위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야간 근무로 돌렸다"고 해명했다.

이월드는 1995년 준공된 우방랜드가 전신인 종합 테마파크로 이랜드그룹의 계열사인 이랜드레저비스가 2010년부터 인수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대구지역에서 이월드 외에도 동아백화점을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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