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일부러 골절시킨 뒤 산업재해로 가장,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수지골절 산업재해 사기단'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박흥준)는 2008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손가락에 마취제를 주사하고 쇠망치를 이용, 고의로 손가락을 골절시킨 뒤 산업재해로 손가락이 다친 것처럼 속여 근로복지공단 및 손해보험사로부터 장해급여 등 명목으로 모두 20억여원을 받아낸 혐의로 주범 A(70) 씨 등 20명을 구속 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 달아난 3명을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 주범 5명은 공범들에게 건축공사현장에서 1, 2일 정도 일하게 한 뒤 공범들의 손가락에 마취제를 주사,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준비해 간 기계 틀에 공범의 손가락 4, 5개를 차례로 넣고 쇠망치 등으로 기계 틀을 때리는 잔인한 방법으로 손가락을 골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건설 현장, 노숙자 쉼터 등에서 손가락을 골절시킬 공범을 물색한 뒤 "손가락을 골절시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수술을 하면 다시 손가락을 정상인처럼 사용할 수 있다. 돈을 받게 되면 2천만∼3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해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자신에게 채무가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돈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꾀어 받아낸 보험금으로 채무를 갚게 한 경우도 있었다.
A씨 등 주범들은 손가락을 골절시킨 공범들에게 산재보험금 수령을 위해 통장을 받아 보관하는 등 계좌를 직접 관리하면서 휴업급여, 요양급여, 장해급여 등이 나오면 보험금이 얼마인지도 알려주지 않은 채 공범들에게는 보험금의 일부만 지급하고, 절반 이상은 자신들이 나누어 가져간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손가락이 골절된 공범 대부분은 범행 후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아 주먹을 쥘 수 없거나 물건을 들기도 힘든 등 손가락이 완치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얘기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박윤해 차장검사는 "이들은 손가락 골절, 산재보험 사고 대상 공사현장 알선, 손가락 골절 공범 물색 및 목격자 가장 산재보험금 신청 대행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왔다"며 "범행 대상자가 확정되면 요양급여를 많이 받기 위해 일당이 높은 건설현장을 범행장소로 섭외한 뒤 공사 일부를 하도급받아 진행하다가 공범들을 현장에 투입해 높은 일당으로 일하게 하고, 목격자 역할까지 미리 정해두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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