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의료지구를 헬스리조트로] <상>체류형 의료단지

"美 신규 의료보험 가입자 3200만명 모셔라"

대구 수성의료지구(수성구 대흥동)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가장 노른자 땅에 '국내외 대형병원 유치'를 목표로 희망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형병원 유치는 요원해 보인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형병원 유치를 과감히 포기하고 IT 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성의료지구를 단순히 대형병원 유치를 넘어 헬스케어와 숙박, 관광이 어우러지는 '체류형 의료관광단지'(헬스 리조트)로 개발하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병원을 중심으로 미국 의료보험사와 외국 자본 등을 결합해 수성의료지구를 미국 의료보험 고객들이 치료받고 머무르는 단지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한국 강점 살리는 헬스리조트

세계 의료관광 산업은 해마다 평균 20% 고성장하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의료관광 산업은 아시아가 선점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태국과 인도, 싱가포르가 주도하고 있다. 태국, 인도, 싱가포르는 2010년 기준으로 각각 의료관광객을 156만명, 73만1천명, 72만5천명 유치했다.

반면 한국의 의료관광객 유치는 2012년 기준으로 15만명에 불과하고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5%로 극히 낮다. 복잡한 절차와 법제도 미비,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 미흡 등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국내 병원들이 의료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의료산업도 제도적 인프라만 잘 갖춰진다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 의료계의 평가다.

2005년 대한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의료기술을 100으로 봤을 때 국내 의료기술 수준은 유방암과 위암이 각각 100, 대장암은 98이다. 암을 비롯해 심혈관 질환, 성형, 치과 분야의 의료수준은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다. 위암 등 주요 암의 '5년 생존율'은 오히려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높다. 인구당 병상 수도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고 CT 보급도 호주에 이어 2위다. 무엇보다 한국의 의료비는 경쟁력이 크다. 한국 의료비를 100으로 봤을 때 미국 338, 일본 149, 중국 167 등이다.

이런 한국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헬스리조트 조성이다.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외국 의료관광객을 상대로 헬스케어와 숙박, 관광이 어우러지는 종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3개월 이상 장기체류하면서 암이나 심장 등의 질환을 수술하고 요양할 수 있는 시스템은 한국, 특히 대구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료관광객 잡아라

헬스리조트 조성에 있어 가장 주목받는 대상은 미국 의료관광객이다. 현재 미국 인구 3억 명 가운데 25%인 5천만 명이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료개혁 정책으로 2014년부터 의료개혁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3천200만명의 의료보험 신규 가입자가 발생한다.

더욱이 미국 베이비부머(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65세 이상의 노인세대)의 의료수요 증대로 미국 정부도 의료관광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재미교포(약 100만 명 추정)도 보험가입자가 돼 미국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병원만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료보험사들은 경비절감을 생각하게 되고 가장 적합한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은 우수한 의료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의료비와 인건비 등이 미국과 비교해 약 40%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기 때문. 평균 4천여만 명의 고객을 각각 보유한 미국 메이저 의료보험사들에는 한국이 상당한 매력을 지닌 국가인 셈이다.

이 때문에 헬스리조트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미국 메이저병원과 미국 의료보험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헬스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메디컬 시티 우종식 대표는 "마이애미대 병원이나 에머리대 병원 등 미국 대학병원을 국내에 유치하고 미국 환자들을 보낼 수 있는 다국적 의료보험사가 사업에 참여해야 대규모의 미국 의료관광객 유치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대학병원을 유치해야 그들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통해 양질의 의료인력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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