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미래를 준비하는 너에게 권하는 책-진로에 대한 단상④

학교도서관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모두 접하는 사서교사로서 하루에도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 중 특정 주제에 관련된 책을 찾아 달라는 질문을 받을 때 가끔 막막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사서교사는 이용자의 독서 수준과 성향 및 상황 등을 적절히 파악해서 책을 권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사서교사모임의 '미래를 준비하는 너에게 권하는 책' 머리말 중에서)

진로교육을 위해서도 독서교육은 필요하다. 위에 인용한 자료집은 흥미롭다.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대구지역 사서교사들이 직접 만든 '착한' 자료집이다. 먼저 진로교육의 출발을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이라 규정하고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를 비롯한 66권의 책을 소개한 부분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어 '롤모델을 찾아주는 도서' 135권,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도서'(직업 전체, 경제'경영, 자연'과학, 의학'보건, 기술'공학'컴퓨터'통신, 행정'사법, 교육'복지, 언론'문학, 문화'예술'스포츠, 음식'요리, 패션'미용, 서비스, 기타) 448권을 소개하고, 진로 관련 영상물(영화, 다큐멘터리 등) 24편, 진로 관련 사이트 및 기관 목록도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초등과 중등을 나누어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 관련 프로그램 지도안을 담아 실질적으로 진로교육에 도움을 두고자 했다.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삶을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진로교육은 바로 그러한 개인의 행복을 향해 걸어가는 길 위에 존재한다. 수많은 질문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고, 그 대답 아래 자신이 삶을 영위할 공간에서 그 일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진로교육이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직업세계를 탐색하고, 직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한 상태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학교 진로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부모들도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올바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며, 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회가 앞장서서 아이들의 진로교육을 도와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직업 가치관과 직업문화도 함께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진로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미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진로교육은 항상 대학진학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길을 잃어버리곤 했다. 최근 진로교육이 교육정책이나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바뀐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로와 직업'이라는 교과가 중학교 교육과정에 있고, 진로진학상담교사를 각 학교에 배치하여 진로교육을 돕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인 차원의 노력을 넘어 실질적인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진로냐, 진학이냐는 해묵은 갈등이 존재한다.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한 다음에야 비로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진로교육이 진학교육의 범주 안에 포함되고 만다. 오히려 진학교육은 진로교육의 하위범주에 속한다. 진로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쩌면 진로교육이 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한 개인의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작하는 시점에 있는 진로교육에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진로관련 독서활동이다. 아직은 진로교육을 위한 사회 전반의 인프라나 방법론이 완성된 상황이 아니다 보니, 진로관련 독서활동은 더욱 의미가 크다. 지속적으로 이야기한 바지만 그것을 통해 개개인의 철학, 역사, 가치관, 세계관에 대한 성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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