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이비부머 행복 재테크] 수입 줄어든 50대 자영업자의 가계부 정리

수입 8% 넘는 보장보험 정리…정기예금으로 갈아타야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모(56) 씨. 그동안 욕심부리지 않고 안전하게 사업을 꾸려온 까닭에 큰 걱정이 없었다. 당연히 노후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박 씨의 사업 전선에 이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박 씨의 사업은 예전 같지 않다. 사업 부진으로 소득이 줄면서 현재 박 씨의 가계부는 적자 상태다. 박 씨는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판단, 재무상담클리닉센터 문을 두드렸다.

Q: 그동안 보험을 많이 들었다. 들어두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가입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경우도 많다. 사업이 잘 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축한다는 기분으로 보험료를 납입했다. 하지만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매달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이 되고 있다. 소득이 줄면서 해약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285만원의 돈을 보험료로 내고 있다. 보험료를 내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할 돈이 모자라 예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보험의 목적은 저축이 아닌 위험관리

박 씨처럼 보험에 대한 막연한 접근은 금물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장래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으로 저축 기능은 거의 없다. 또 보험은 장기 가입을 요구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자신의 형편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장 수입이 많다고 해서 필요하지 않은 보험까지 가입하다 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특히 박 씨처럼 자영업자의 경우 미래 소득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보험 가입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보험가입을 하더라도 월 소득의 일정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의 가입 금액은 월 소득의 7~8%를 넘지 않아야 한다.

박 씨가 보험 딜레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보험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 씨의 종신보험은 가장의 경제적 책임을 고려해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내 앞으로 가입되어 있는 종신보험은 최소한의 보장과 특약만 남기는 보험 재설계를 통해 월 납입금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종신보험과 보장 내용이 중복되는 건강보험은 정리를 해야 한다. 저축보험도 원금 손실이 없기 때문에 해지를 하는 것이 좋다. 보험 부분만 합리적으로 정리해도 가계 적자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생활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박 씨의 경우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보험 정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생활비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생활비를 한꺼번에 많이 줄이기는 힘들다. 하루아침에 생활습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박 씨는 생활비로 35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를 300만원까지 줄여야 한다. 다행히 두 딸이 모두 대학을 졸업한 상태여서 생활비를 줄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박 씨는 보험 정리를 통해 매월 납입하던 보험료를 상당수 줄였다. 이 가운데 50만원은 정기적금에, 50만원은 변액연금보험에 분산 투자하기를 권한다. 정기적금에 10년 동안 저축하면 원금만 6천만원에 이른다. 향후 목돈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Q: 아파트를 제외하면 1억8천만원의 금융자산이 재산의 전부다. 이 돈을 적절히 굴려 자녀 결혼자금과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재테크 환경이 좋지 않다. 주식은 폭락했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은행 이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재테크 불황기,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는 것이 좋은가?

◆재무목표에 따라 자산배분

박 씨의 금융자산은 정기예금 2천만원, 저축성보험 1억5천만원, 채권형펀드 1천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축성보험을 해지하면 1억5천만원의 현금이 확보된다. 이 가운데 6천만원은 정기예금에 넣어 두는 것이 좋다. 8천만원은 향후 큰딸과 작은딸 결혼자금으로 3천만원씩 사용하고 2천만원은 사업에 필요한 예비자금으로 관리하면 된다.

나머지 9천만원은 안전성과 수익성을 적절히 배분하는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저금리시대, 정기예금만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산운용 방식이 아니다. 특히 은행예금에만 의존해서는 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주식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형펀드에 4천만원을 투자할 것을 권한다. 기존 채권형펀드에 가입되어 있는 금액 1천만원을 합치면 채권형펀드 자금이 5천만원으로 늘어나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남은 5천만원은 주식형펀드로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주식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주식형펀드는 성장주와 가치주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금리 시대, 배당주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펀드투자의 기본은 위험관리

2007년 불어 닥친 펀드투자 열풍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렸다. 한때 단기 수익률 100%를 돌파했던 중국펀드는 6년이 지난 아직까지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투자로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이 많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손실을 본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투자 관행에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투자 상품에 대한 위험관리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펀드 투자는 유행이나 테마를 쫓아가서는 안 된다. 2007년과 2008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펀드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중국펀드, 동유럽펀드, 일본펀드, 자문형 랩 등 당시 인기를 끌었던 펀드에 투자를 한 경우다. 위험관리를 무시한 잘못된 투자자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 씨와 같은 초보 투자자은 어떤 자세로 펀드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의 기본원칙을 충실하게 실천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전망을 예측하기 힘든 시기에는 기본기를 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의 제1원칙은 장기투자다. 귀가 따갑게 듣는 말이지만 정작 실천을 잘하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펀드 투자는 적어도 5년 이상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 두었다는 심정으로 잊어버리고 지내는 편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단기 수익률이 낮다고 성급하게 환매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자칫 타이밍을 잘못 맞출 경우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늘 명심해야 할 투자의 제2원칙은 분산투자다. 흔히 투자와 투기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기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 같은 행위다. 하지만 투자는 합리적인 계산하에 진행되는 경제 행위다. 유행에 편승해 소위 '몰빵' 투자를 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 행위다. 투기를 통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요행이 돈을 벌게 되더라도 결국에는 모두 날리게 된다.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해서 장기투자를 하면 박 씨와 같은 초보 투자자들도 펀드 투자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료=계명대 산업경영연구소 부설 재무상담클리닉센터

정리=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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