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ime Track' 기록으로 본 라이온즈] (6)역사 쓴 홈런 경쟁 (하)이승엽과

홈런 라이벌 2년간 202개 '쾅'

2002시즌 마지막 경기인 삼성-KIA전에서 연장 13회초 5대5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웃으며 홈인하고 있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은 현대의 심정수(작은 사진)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개인통산 4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2시즌 마지막 경기인 삼성-KIA전에서 연장 13회초 5대5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린 뒤 웃으며 홈인하고 있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은 현대의 심정수(작은 사진)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개인통산 4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는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12번 홈런왕을 배출했다. 그중 이승엽이 5번, 이만수(SK 감독)가 3번, 김성래(삼성 수석코치)가 2번, 심정수(은퇴)와 최형우가 1번씩 홈런왕에 올랐다.

이만수는 1983년과 84년, 85년(공동)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삼성의 거포 이미지를 확립했고, 그 바통을 김성래가 이었다. 86년까지 해태와 3차례씩 나눠 가졌던 홈런왕 트로피는 김성래가 87년 홈런왕을 차지하며 삼성이 한발 앞서갔다. 그러나 93년 다시 김성래가 홈런왕에 오를 때까지 삼성은 홈런왕 트로피 수집을 멈췄다. 겨우 맥을 이었으나 다시 96년까지 삼성은 연말 시상식서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쌓은 거포 군단의 이미지도 사그라졌다.

그런 와중에 이승엽의 등장은 홈런 왕국 삼성의 '르네상스'를 여는 전환점이 됐다. 이승엽은 데뷔 3년 만인 97년 홈런왕에 오르며 암울했던 터널에 빛을 비추더니 99년에 이어 2001~2003년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 80년대 중흥기 때로 시간을 돌려놨다.

그가 일본으로 건너가고 난 뒤엔 삼성 소속 선수로는 2007년 심정수, 2011년 최형우가 그 자리에 올랐다.

2012년 다시 국내무대로 돌아와 홈런생산을 이어간 이승엽은 지난달 대망의 352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가 됐다. 그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홈런왕으로 우뚝 서기까지, 그리고 그가 보유한 5개의 홈런왕 트로피를 수집하기까지, 그 백미는 2002년 심정수와 벌였던 홈런왕 경쟁이 아니었을까.

월드컵으로 붉은 물결이 거리마다 휘몰아친 2002년. 삼성 이승엽과 현대 심정수는 시즌 내내 엎치락뒤치락하며 홈런왕 타이틀을 건 진검승부를 벌였다. 기어이 46개의 홈런을 치며 어깨를 나란히 한 두 선수. 이승엽이 4경기, 심정수가 2경기를 남겨 둬 이승엽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듯했으나, 심정수가 앞선 6경기서 4개를 치며 페이스를 끌어올린 반면 이승엽은 7경기서 단 1개에 그쳐 섣불리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형국이었다.

10월 20일 광주 KIA전. 심정수가 홈런수를 보태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고, 이승엽도 마지막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승엽의 방망이는 잔뜩 힘이 들어간 탓에 연방 헛돌았다. 2대5로 끌려가던 삼성이 8회초 극적으로 5대5 동점을 만들어 이승엽은 뜻하지 않았던 보너스를 챙겼다. 그렇게 맞은 연장 13회초. 앞선 5타석에서 볼넷 1개를 얻어낸 것이 전부였던 이승엽은 오봉옥의 3구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며 홈런왕 경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경기, 그것도 연장전에서의 홈런. 이승엽은 극적으로 홈런왕에 올랐지만 만약 연장 12회에 끝났다면 85년 해태 김성한, 삼성 이만수(22개) 이후 17년 만에 심정수와 공동 홈런왕이 될 뻔했다.

둘의 경쟁은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그해 이승엽은 무려 5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했고, 심정수는 역대 홈런 3위에 해당하는 53개를 날리고도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두 선수가 2년간 기록한 홈런 숫자만 무려 202개. 심정수는 2시즌 동안 99개의 홈런을 치고도 이승엽에 밀려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고, 둘의 대결은 2004년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얄궂게도 심정수는 이승엽의 빈자리를 메우려 2005년 자유계약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으나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리다 2007년 31개의 홈런으로 브룸바(29개'당시 현대)를 밀어내고 생애 첫 홈런왕에 등극했다. 불운을 씻은 심정수는 2008년 은퇴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50홈런을 넘긴 주인공은 2003년 홈런왕 경쟁을 펼쳤던 이승엽과 심정수밖에 없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