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변 버드나무 군락 수천 그루 말라 죽어

보 설치 후 수위 상승에 잠겨…대구환경청 "대책회의 열 것"

낙동강 보 담수로 수위가 올라가면서 강 속에 자생 중인 버드나무가 곳곳에서 집단 고사하고 있다. 8일 오후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 달성습지 버드나무 군락이 물에 잠긴 채 말라죽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낙동강 보 담수로 수위가 올라가면서 강 속에 자생 중인 버드나무가 곳곳에서 집단 고사하고 있다. 8일 오후 낙동강 강정고령보 하류 달성습지 버드나무 군락이 물에 잠긴 채 말라죽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5일 오후 4시쯤 대구 달서구 대천동 월성교 인근 달성습지. 낙동강변 제방에서 강 방향으로 약 600m 걸어 들어가니 강물이 드나드는 개방형 습지가 나왔다. 푸른 잎으로 우거진 습지 한가운데 잎이 없는 갈색의 나뭇가지를 드러낸 100여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었다. 3~5m 높이의 타원형으로 형성된 버드나무 군락은 절반 가까이 물에 잠긴 채 말라죽어 있었다. 수면 위로 마른 가지 끝을 내민 모습이 물에 빠진 사람이 팔만 물 밖으로 뻗은 모습과 흡사했다. 복잡하게 얽힌 나무줄기 끝 잔가지에 손을 대니 금세 부러지며 꺾였다. 죽은 나무줄기 껍질은 물기가 없어서 바스러지듯 떨어져 나왔다. 정체된 수면에는 부착 조류 등이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낙동강사업 이후 낙동강 둔치 인근 버드나무 군락이 곳곳에서 집단 고사(枯死)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이 같은 집단 고사가 대형 보 설치로 높은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나무뿌리가 물속에 잠겨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여름철 집중호우로 강물이 불면 고사하는 나무가 더 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낙동강변 버드나무 군락 말라 죽어

대구 달성군(하빈면 하신리)과 경북 칠곡군(왜관읍 금남리)의 경계지점 인근에 분포해 있는 버드나무 군락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성주대교에서 달성군 하빈면 하신리 방향으로 3㎞ 상류로 올라가니 말라죽은 버드나무 군락이 검은 섬처럼 펼쳐져 있었다. 67번 국도에서 불과 150m 정도 떨어져 있어 쉽게 눈에 띄었다. 길이 300여m, 폭 30~50m의 이곳 군락은 전체 수천 그루의 버드나무가 한 그루도 빠짐없이 고사했다. 고사한 나무들은 높이가 5~8m부터 10~13m까지 다양했다.

30여m 떨어진 둔치 쪽의 나무들은 고사한 나무와 푸른 잎이 풍성한 나무로 나뉘어 있었다. 나무들은 강과 가까울수록 잎이 떨어져 앙상했고 둔치와 가까울수록 잎이 무성했다. 한 나무는 가지의 절반은 연둣빛 잎이 달려 있었고, 나머지 반은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보가 완공되기 전인 2009년 이곳의 항공사진을 보면 물 밖으로 드러난 주변의 지형과 함께 버드나무 군락이 짙은 녹색을 띠며 울창했다. 보가 들어선 뒤 수위가 올라가면서 인근 하중도(길이 1㎞, 폭 150여m)와 함께 버드나무 군락 밑동 부분이 전부 물에 잠기게 된 것.

같은 날 오후 지류인 신천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성주군 용암면 동락리. 말라죽은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들이 강변을 따라 1㎞가량 이어져 있었다. 뿌리가 뽑힌 채 쓰러진 나무의 줄기에 녹색 이끼가 잔뜩 끼었고 가지 끝은 새까맣게 썩어 있었다. 줄기 껍질을 손끝으로 잡아당기니 힘없어 뜯겨 나왔고, 드러난 나무의 속살은 군데군데 검게 썩어 있었다. 가지 끝마다 누렇게 마른 잎이 매달려 있었다. 잔가지들은 뒤엉켜 녹슨 철사를 뭉쳐 놓은 듯했고, 스티로폼, 부서진 나뭇조각, 축구공, 페트병 등 쓰레기가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성주군 선남면 용신리 낙동강변 수백 그루의 버드나무 군락도 짙은 갈색의 나뭇가지를 드러낸 채 죽어 있었고, 성주대교에서 하류 방향으로 1.8㎞를 가다 보면 달성군 하빈면 봉촌리 낙동강변에 길이 200m, 폭 50여m 크기의 버드나무 군락도 잎이 다 떨어진 채 물에 잠겨 있었다. 강변을 따라 형성된 수십에서 수백 그루의 버드나무 군락이 고사한 모습은 주위의 우거진 녹음과 선명하게 대비됐다.

◆"보로 인해 호수화된 강이 원인"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낙동강변 버드나무의 집단 고사가 보 설치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제방의 나무들이 물에 잠기게 되면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나무뿌리의 세포는 산소로 호흡하는데 침수 기간이 길어지면 공기 중의 산소가 토양으로 공급되지 못하게 돼 산소 부족으로 뿌리 세포가 죽게 된다. 결국 괴사한 뿌리는 물과 미네랄을 줄기와 잎으로 공급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광합성에 필요한 수분이 부족해 전체 나무가 고사하게 된다는 것.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낙동강변에서 자생하는 왕버들과 선버들, 갯버들, 수양버들, 버드나무 등은 침수된 상태에서 4, 5일이 넘어가면 뿌리 세포부터 망가지기 시작한다"며 "낙동강 사업 이전에는 많은 비가 오더라도 3, 4일 안에 물이 빠졌지만 지금은 흐르는 강이 아니라 정체된 호수가 됐기 때문에 나무가 견디지 못하고 숨 막혀 죽는 것"이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앞으로 여름철 집중호우로 강물이 더 불어나면 가장자리의 나무도 고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버드나무 군락이 사라지면 뭇 생물들이 서식처이자 은신처를 잃어버려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게 된다"며 "더불어 비로 불어난 물살의 힘을 분산해 제방의 붕괴를 막는 완충기능이 사라지고 부영양화 물질을 감소하는 정화 기능도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은종관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낙동강에 자생하는 버드나무는 10여 종이고 침수됐을 때 생존 여부는 종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이번 주 대책회의를 열고 고사한 나무가 어느 정도인지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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