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Black Box)는 이름과는 달리 짙은 오렌지빛이다. 사고 수습 시 눈에 가장 잘 뜨이도록 고른 색이다. 어두운 곳에서도 빛을 반사한다. 오렌지빛 상자에 블랙박스란 이름이 붙은 것은 아무나 열어서 안을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블랙박스엔 비행기 운항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이 작은 상자를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비행 자료 기록 장치(FDR)와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CVR)로 나뉜다. 폭 12㎝, 길이 45㎝, 높이 15㎝인 FDR은 마지막 25시간의 비행 자료를 저장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비행 고도와 속도, 기수 방향, 엔진 이상 유무 등을 기록한다. 폭 12㎝, 길이 35㎝, 높이 15㎝인 CVR은 조종사들의 대화와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각종 소리 등 음성 데이터를 담는다.
블랙박스는 극한 상황에서도 잘 견딘다. 중력의 3천400배에 달하는 충격에도 끄떡없어야 한다. 1천100℃라면 1시간 이상, 260도 정도라면 10시간 이상을 버틴다. 수심 6천m 바다 속에서도 1개월 이상 기능을 유지한다. 바다에 추락해도 찾을 수 있도록 수중 위치 신호 송신기도 달려 있다. 37.5㎑ 음파를 매초 1회 송신한다. 한계 수심은 6㎞, 배터리 수명은 한 달 정도다.
이처럼 온갖 정성을 들이지만 종종 파손되거나 영영 못 찾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2011년 7월 제주도 앞바다에 추락했던 아시아나 항공 화물기는 위치 신호를 못 찾아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못했다. 사고 원인도 미제로 남았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중 충돌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 214편 항공기의 사고 원인을 두고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우선 나온 내용은 기장이 착륙 7초 전 비행고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경고를 듣고 충돌 1.5초 전 착륙을 중단하고 다시 비행기를 상승시키려 시도했다는 정황 정도다.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을 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난 1997년 발생했던 대한항공 괌 사고는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6개월이 걸렸다. 이번 사고는 블랙박스가 거의 온전한 상태로 회수돼 기간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블랙박스란 열쇠를 쥐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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