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운하 재추진 염두에 두고…사업비 4조원 더 들었다"

계획보다 보 준설규모 확대, 당시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대선공약사업인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0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통해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면서 사업비가 4조4천억원 더 늘어났고 대운하를 추진하던 컨소시엄에 한꺼번에 턴키공사를 발주하면서 담합을 유발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대운하 추진안'을 반영하느라 당초 계획보다 보(洑)의 크기와 준설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수심 유지를 위한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담합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치적 이유를 들어 처리를 지연하고, 해당 건설사들에 과징금을 깎아준 사실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중단 선언(2008년 6월) 이후인 2009년 2월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도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요청에 따라 대운하 재추진에 문제가 없도록 4대강 사업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는 같은 해 6월 당초 계획한 4대강 준설량 2억2천만t을 5억7천만t으로 늘리고 보(洑)의 숫자도 당초 4개에서 중대형보 16개로 확대한 뒤 '4대강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낙동강 구간의 수심이 대운하계획과 마찬가지로 6m 내외로 결정된 것도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은 수심 2~4m면 충분한데도 필요 이상으로 강바닥을 깊이 판 것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감사원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라는 이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도 확인했다.

또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으로 구성된 경부운하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낙찰 예정자를 사전 협의하는 등 손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건설사들의 호텔 회동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국토부는 별다른 제재 없이 2011년 말까지 준공한다는 목표로 사업비 4조1천억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담합을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번 감사에서 공정위가 4대강 1차 턴키공사 담합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011년 2월 심사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1년 이상 방치하다 이듬해 5월에야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12개 건설사에 1천5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6개사를 고발한다는 사무처 의견을 전원회의에서 8개사에 1천11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한 근거를 회의록에 남기지 않아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담합을 주도한 건설사에 과징금을 가중 부과(최대 30% 이내)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2차 턴키공사와 총인처리시설 공사에서도 '들러리 입찰' 등 가격담합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공정위원장에게 위반행위를 조사토록 통보하고, 국토부 장관에게는 담합 방지 노력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4대강 사업은 당초 이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 야당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자 2009년 6월 대운하 포기선언을 한 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전환한 MB정부의 제1역점 사업이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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