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낡고 비좁고'… 노화 염색공단 골골

대구염색산업단지가 용지부족과 공동편의시설의 부재 등 문제점들로 인해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산업단지 내 한 도로 양옆의 적재물들로 인해 차량 통행이 쉽지 않다.
대구염색산업단지가 용지부족과 공동편의시설의 부재 등 문제점들로 인해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산업단지 내 한 도로 양옆의 적재물들로 인해 차량 통행이 쉽지 않다.

9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동 대구염색산업단지 중심 도로. 왕복 4차선의 도로는 도로 가장자리에 주차된 차들로 인해 2차선 도로로 변했다. 차량뿐 아니라 염색업체가 내놓은 원단이 주차선에 자리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차량은 인도에 주차하기도 했다. 공장 입구로 들어가려던 5t 트럭은 한 번에 회전하지 못해 수차례 앞뒤를 오갔다.

한 회사 직원은 "공장이 낡아 설비도 바꾸고 주차공간도 만들어야 하지만 부지가 없다"며 "공단이 제역할을 하려면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후화된 염색공단

1978년 비산염색전용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조례가 공포되면서 조성된 염색공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염색 특화단지로 자리매김했다.

염색공단은 대구 시내와 거리가 가까워 물류 및 인력 수급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조성된 지 30년이 넘어 기반시설은 물론 공동 이용시설이 낙후됐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전체 건축물 중 83%가 1980년대에 조성됐다"며 "또 도로용지의 비중이 9%로 인근 노후 산업단지에 비해 낮고 지원시설 및 녹지용지 비중 역시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용지난'이다. 30년 동안 변화가 없는 공단 용지는 기업입주를 막았고, 입주 기업들은 늘어나는 재고를 보관할 공간을 마련하지도 못해 도로와 인도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염색관리공단 관계자는 "1980, 90년대에만 하더라도 회사 사장들만 차량을 가지고 있어서 주차장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데 도로폭과 주차장도 그대로여서 차를 댈 곳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2012년 3월 발표한 '대구염색산업단지 재정비 방안'에는 '염색단지는 산업단지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편의, 복지, 기반시설이 부족해 종사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연구원 측은 "기반시설 부족, 대중교통의 불편, 공장부지의 협소, 편의 및 복지시설의 부족을 들 수 있다"며 "특히 주차장이 부족해 이중주차. 불법주차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으며 트레일러 등의 유출입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정비 방향 논의

이 때문에 이달 4일 대구상공회의소의에서 열린 '2013년 상반기 대구지역 경제동향 보고회'에서 대구염색산업단지를 재생사업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정명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대구염색산업단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염색분야 특화 단지이지만 조성된 지 30년이 지나 재정비가 필요한 곳이다"며 "지역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수 있도록 염색공단을 '산업단지 재생사업지구'로 지정해 달라"고 말했다.

염색산업관리공단의 자체조사에 따르면 입주기업들이 공단 개선사항으로 가장 많이 든 것은 '주차시설 확충'(80%)이다. 이어 상업 업무 편의시설(8%)이 뒤를 이었다.

대경연구원은 염색공단의 재정비 방향을 ▷주차 문제 개선 및 대중교통 활성화 ▷외부적치물 개선 ▷보행로 개선과 녹지시설 확보 ▷종사자를 위한 복지'편의 시설 등 4가지로 제시했다. 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데에는 공단 내 비 염색업체의 부지를 매입,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비 염색업체들은 공단이 생기기 이전부터 있던 업체들이다"며 "공단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이들 비 염색업체를 이전시켜 나오는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색공단에는 125개 염색 업체 외에 47개 비 염색관련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들 비 염색업체들은 전체 공단 부지의 7.28%인 4만7천23㎡(1만4천224평)를 차지한다.

대경연구원은 비 염색업체의 부지에 입체 주차장과 외부 적치물을 없애기 위해 공동 물류창고, 공단 내 직원을 위한 편의'복지 시설 등을 지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연구원 측은 "이를 위해 총 24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이 밖에도 보행로 보수와 녹지시설 확보,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염색공단 김성종 전무는 "많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와 대구시, 섬유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입주기업은 물론 섬유업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공단을 개선하는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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