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가족이야기] 추억의 가족사진

막내 남동생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누나들, 이거 무슨 사진이야?" 사진을 본 동생들의 반응이 바로바로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

"사진 어디서 찾은 거야?" "누나들이야? 셋째 누나만 빼고는 다 몰라봤어. 짐 정리하다가 찾았는데 사진 보고 깜짝 놀랐어." "큰누나는 없어." "왜? 엄마가 송아지 때문이라고 하던데 무슨 말이야?"

27년 전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는 마을로 가족사진 티켓을 팔러 온 사진관 주인에게 티켓을 저렴하게 사셨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티켓을 생각해내고는 바로 그날이 유효기간이 끝나는 날인 것을 알고 아침부터 부랴부랴 아이들을 준비시켜 시내로 사진을 찍으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필 소가 송아지를 낳을 기미를 보여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사실에 들떠 있던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가 넘어 송아지를 낳았다. 송아지는 몸에 물기가 마르자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이내 마당을 뛰어다녔다. 아버지는 송아지가 걱정되어 사진은 다음에 찍자고 하셨다. 오늘이 지나면 티켓은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내가 집에서 송아지를 볼 테니 동생들 데리고 다녀오시라고 했다.

1남 5녀인데 이때는 아직 남동생이 태어나지 않았고 난 송아지 때문에 사진을 못 찍었다. 우여곡절 끝에 찍은 최초의 가족사진을 남동생이 찾은 거다. 지금은 모두 다 아내로, 엄마로,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사진을 통해 어릴 적 순박한 모습을 보고 오랜만에 실컷 웃을 수 있었다.

김수연(구미시 박정희로)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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