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라는 말은 '막(금방) 만든 국수를 막(곧바로) 먹는다'는 뜻에서 왔다. 막국수 재료인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없어 끈기가 부족하다. 면을 만들면 뚝뚝 끊어지기 일쑤. 게다가 국수를 말아놓으면 면끼리 금세 붙어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 바로 여기서 막국수란 말이 나왔다. 막국수 역시 냉면이나 국수처럼 '물이냐 비빔이냐'를 두고 갈등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막국수는 말 그대로 시원하게 '후루룩후루룩' 넘어가고, 비빔막국수는 양념 맛과 함께 입에 착착 감긴다.
◆방금 막 만들어 '막국수'
"물막국수 먹어, 막국수는 물이 제대로지." "아니에요. 비 올 땐 비빔막국수가 제격이지. 난 그거 먹을래."
4일 대구 달서구 호산동 '딸부자막국수'집.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에서 올 4월 이곳으로 이전한 막국수 전문점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르르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대부분 주변 공단 근로자와 가까운 아파트 주민들이다. 삽시간에 식당엔 손님들로 가득 찼다. 비빔막국수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 손님들이 비빔막국수를 많이 주문했다.
최서연(28'여) 씨는 "오늘은 비가 오잖아요. 이럴 때 매콤한 비빔막국수를 먹어야죠. 새콤달콤한 게 입맛을 돋워줍니다. 그리고 먹고 나면 개운하기도 하고요."
대구가 고향인 최 씨는 어릴 땐 막국수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더울 땐 냉면이나 냉국수를 먹었다. 막국수는 그저 TV에서나 봐왔다. "친구가 인근에 막국수 집이 생겼다면 한 번 맛보러 가자고 하길래 먹어보니 괜찮았어요.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매콤한 게 생각나잖아요. 그럴 땐 비빔막국수를 먹어요. 메밀은 다이어트 식품이잖아요. 그래서 즐겨 먹어요."
친구 신미향(29) 씨도 비빔막국수를 시켰다.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자극적인 음식이 좋아요. 오늘은 비가 내리니 매콤한 것이 당겨 비빔막국수를 시켰다"며 "먹고 나면 땀이 나면서 개운해진다"고 했다.
반면 남자들은 물막국수를 시키는 손님이 많았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김형찬(38) 씨는 "그냥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하기엔 막국수가 그만"이라며 "먹고 나면 소화도 잘돼 술 먹은 다음 날 물막국수를 먹는다"고 했다.
'딸부자막국수' 김형섭 사장은 직접 반죽해 막국수를 만든다. 메밀가루에 고구마 전분을 섞는다. 메밀만 하면 탄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육수는 사골 육수다. 육수에 무즙이 들어간다. 식감도 식감이지만 누린내를 잡아주고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물막국수, 거무튀튀한 막국수에 육수와 양념만 넣어 내오는 게 전부다. 고명 같은 것도 거의 없다. 그야말로 육수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아무 양념도 넣지 않은 상태로 육수 맛을 봤다. 국물은 짭짤하면서 감칠맛이 났다. 면발은 힘이 없는 듯하지만 씹는 맛은 쫄깃쫄깃하다. 면 색깔이 옅은 것을 보면 메밀 함량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비빔막국수에는 육수 대신 매콤한 양념장이 올려져 나올 뿐이다. 양념장을 잘 섞어 맛을 보니 특유의 새콤달콤 매콤한 맛이 난다.
김 사장은 물막국수를 좋아한다. 시원한 물막국수를 선호하는 이유도 있지만 육수 맛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물막국수는 육수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육수 맛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맛을 본다"고 했다. 반면 김 사장 부인은 비빔막국수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김 사장은 별나게 막국수를 먹는 손님도 있다고 했다. 비빔막국수를 절반 정도 먹다가 차가운 육수를 부어 먹는다는 것. 매콤한 입맛도 가시게 해주고 탁 쏘는 맛이 있다는 것. 그는 "끝 맛이 시원해 그렇게 해달라는 손님이 더러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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