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얼음 속에 갇히고 싶어" 학생·직장인들 더위 이기기 '신풍속도'

교복 대신 쿨셔츠… 얼음방석 깔고…찜통 건물 물 뿌리기

11일 대구 송현여고가 냉방장치 사용을 자제하면서 실내온도를 낮추기 위해 본관 옥상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1일 대구 송현여고가 냉방장치 사용을 자제하면서 실내온도를 낮추기 위해 본관 옥상에 스프링클러를 설치, 가동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대륜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는 반바지 체육복을 착용한 학생들이 대입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교생에게 반바지 착용을 권유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대륜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는 반바지 체육복을 착용한 학생들이 대입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교생에게 반바지 착용을 권유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1일 대구시교육청 직원들이 아이스팩과 부채로 더위와 싸워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1일 대구시교육청 직원들이 아이스팩과 부채로 더위와 싸워가며 업무를 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직원들이 사무실 전등 60%를 소등한 채 오전 11시에 점식식사를 하러 나서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 직원들이 사무실 전등 60%를 소등한 채 오전 11시에 점식식사를 하러 나서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낮 최고기온이 35℃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학생, 직장인들이 각종 아이디어와 방법을 동원해 무더위와 맞서고 있다. 일부 학교는 옥상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학생들은 갑갑한 교복을 벗고 시원한 쿨 소재의 티셔츠로 바꿔 입거나 여름 체육복을 입었다. 직장인들은 얼음 조끼, 얼음 방석, 얼음 스카프 등 냉기를 뿜어내는 각종 시원한 생활용품을 동원, 온몸을 무장하고 있다.

◆무더위가 바꾼 학교 풍경

대구 달서구 송현여고 본관 옥상에는 일정한 시간이 되면 물이 뿜어져 나온다. 물이 나오는 곳은 지난달에 설치한 스프링클러. 송현여고는 옥상 둘레에 300여m의 PVC 관을 설치해 관 속에 물이 흐르도록 하는 한편 일정 간격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장치(살수 헤드) 120개를 관과 연결해 스프링클러를 만들었다. 스프링클러는 오전에는 1시간마다 4분씩, 오후에는 30분마다 4분씩 물을 뿜어 뜨겁게 달궈진 옥상의 열기를 식혀준다.

스프링클러 설치 아이디어를 낸 김영보 교장은 "옥상 바로 아래층인 4층의 온도가 스프링클러 가동 후엔 1, 2도 정도 낮아져 학생, 교사 모두 한결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학교 예산이 빠듯하긴 하지만 뿌려지는 물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간단한 옥상정원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신명여중은 '학생은 교복'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깨고 쿨 소재로 된 티셔츠를 입는 과감한 변신을 택했다. 통풍이 잘 되는 쿨 소재는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쾌적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여름철 불볕더위에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복이나 쿨 소재 티셔츠를 자유롭게 입고 등'하교할 수 있다. 시원하고 가격도 저렴해 현재 전교생의 50%가 구매를 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구 대륜고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발목까지 덮는 긴 교복 바지 대신 시원한 여름 체육복을 입고 수업을 듣도록 했다. 또 대구 경북여고는 학급마다 '에너지 도우미' 학생을 지정해 기온에 따라 에어컨, 선풍기 등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고,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각 학급의 에어컨 사용시간을 분석해 '에너지 절약상'을 줄 계획이다.

◆더위 이기는 냉방용품

직장에서는 더위를 이기기 위한 이색 아이템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로 냉방온도를 대형건물은 26도로 제한한 탓이다. 공공기관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 냉방온도가 28도 이상이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30분 간격으로 '에어컨 사용 금지령'도 내려졌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한 얼음 조끼, 얼음 스카프 등 이색'실속 아이템을 총동원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서 일하는 조승우(36'대구 달서구 죽전동) 씨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집에서 단단하게 얼린 얼음팩을 챙겨 나온다. 조 씨는 가져온 얼음팩을 목과 등, 의자 위에 놓고 무더위와 맞선다. 조 씨는 "에어컨 가동을 멈추는 낮 시간에는 사무실 온도가 30도를 넘어 땡볕 아래에 서 있는 것과 같다"며 "이럴 때 꽁꽁 얼린 얼음팩을 몸에 올려두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호진(31'여'대구 북구 태전동) 씨의 여름나기 비법은 '쿨방석'이다. 특수냉매제로 구성된 쿨방석은 사람의 체온을 흡수하면 젤 형태로 변해 시원함을 더해준다. 정 씨는 "에어컨을 틀어도 사람이 많아 사무실 열기가 좀체 식지 않는다"며 "궁여지책으로 구매한 쿨방석이 더위를 식혀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 동안의 쿨매트와 쿨방석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나 늘었다. 옥션 관계자는 "실내 온도 규제로 사무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면서 쿨방석, 쿨매트 등 체온을 낮춰주는 냉방용품이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채정민'신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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