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예천 진호국제양궁장. 어른'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곳곳에 설치된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긴다. 중국'일본'영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찾아온 궁사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전통 활로 '세계 활 쏘기 경연대회'를 벌인다. '제1회 예천 세계 활 축제'가 열리는 예천 지역 곳곳은 국궁'양궁을 비롯해 그야말로 지구촌 활의 향연이 펼쳐진다. 같은 날 진호국제양궁장 옆 운동장에는 활과 화살 만들기 체험을 위해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활쏘기 체험장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주몽과 서양을 대표하는 로빈후드 복장을 한 아이들이 편을 갈라 활쏘기 체험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연인들은 동화 속 윌리엄 텔의 한 장면을 연출해 여자 친구 머리에 사과를 얹어 맞히는 사랑의 큐피드 게임에 푹 빠지기도 한다.
활의 고장, 예천이 내년 세계 활 축제 개최를 목표로 용역 발주, 국비 확보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명실상부한 활의 도시로 부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예천 세계적 활 도시로 변신 시도
활은 가장 오래된 수렵기구로 생존과 일상의 접점에서 인류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문화적 도구다. 전 세계적으로 활이 없는 곳은 없다. 비록 환경에 따라 다양한 용도와 기능,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나 활과 화살이라는 두 개체가 어울려 과녁을 향하는 것은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치단체마다 국궁장을 두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300여 곳의 사정(활 쏘는 장소)이 있다. 국궁 동호인들도 3만여 명에 달한다. 전국에서 국궁대회만 50여 차례 개최되며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활쏘기 체험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양궁 역시 레저스포츠 게임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활은 동서고금을 통해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주몽과 이성계, 화살과 달리기를 한 최영 장군 이야기, 윌리엄 텔과 로빈후드의 이야기 등 활에 얽힌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시대적으로 비상하는 영웅에게는 활이 필수적인 도구이기도 했다.
예천이 '활 축제'를 통해 세계적인 활의 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계 활의 메카로 예천이 우뚝 서고, 진호국제양궁장과 북부권 사정 곳곳에서 궁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모습, 모든 사람들이 영웅에 대한 환희를 가지고 즐겁게 활쏘기를 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꿈이 아니다, 예천이 가진 브랜드에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보태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여기에 스포츠 마케팅이 더해지고 활로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교류의 장을 형성한다면 예천 문화의 비상을 꿈꿀 수 있다.
◆예천 '활' 이야기
예로부터 예천은 '활의 고장'으로 불렸다. 1979년 서독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한 김진호 선수를 비롯해 활의 명인으로 불리는 궁장 권영학(경북무형문화재 제6호) 선생, 국제진호양궁장 등 활과 관련된 많은 자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적으로 국궁을 제작하는 장인 대다수가 예천 출신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예천 국궁은 권율 장군의 직계손이던 계황이 개성에서 예천 왕신마을로 이주한 후부터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안동 권씨 가문의 조궁술이다. 그 이후 1920년부터 1953년까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혼란기를 겪으며 30년간 활 제작이 중단됐다가 1953년 이후 재현되기 시작했다.
궁장 권영학 선생은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선조들은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각궁을 만들어 사용했고, 전쟁용으로는 청궁, 대궁, 철퇴궁 등 여러 종류의 활을 만들어 사용했으나 임진왜란을 전후해 총포류가 나오면서 서서히 자취를 감춰 지금은 심신수련용인 각궁(국궁)만이 살아남아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궁의 뒤를 이어 활의 고장 예천의 위상을 전 세계에 우뚝 세운 것이 바로 양궁이다. 양궁 하면 김진호 선수를 떠올린다. 당시 예천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 선수는 서독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출전해 5관왕이라는 기적을 이뤘다. 전 세계 언론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시골소녀가 세계를 제패했다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다뤘고, 예천이 활의 고장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됐다.
김 선수의 선전 뒤에는 권영학 선생을 비롯한 예천 국궁인의 힘이 컸다. 권영학 선생은 1970년 사재를 틀어 예천여고에 양궁부를 창설해 국궁에 이어 양궁 후진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황숙주'서현주'김미자'한희정'윤옥희 선수 등 수많은 여자 양궁 국가대표가 배출됐다.
경북양궁협회 김도영 회장은 "예천 양궁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배경에는 예천 국궁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도 활의 고장 예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립양궁원 건립을 비롯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천'권오석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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